정부가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손 보려는 것은 객관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지난 1999년 현재의 최저임금 결정방식이 도입된 이후 노동자·사용자·공익위원 모두가 최저임금 인상률에 합의한 것은 단 두 차례에 그쳤다. 제대로 된 최저임금 심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특히 논의 과정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는 공익위원을 정부가 추천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입김이 컸다.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초안은 최저임금의 상·하한선을 정하는 ‘구간설정위원회’를 15인 이내 전문가로 꾸리고 상·하한 범위 내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결정위원회’를 두겠다는 것이 골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경제활력대책회의 및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구간설정위원회는 전문가로만 구성해 상·하한 구간설정뿐 아니라 최저임금이 노동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을 연중 상시적으로 분석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결정위원회의 경우 청년·여성·비정규직·중소기업·소상공인 대표 등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법률에 명문화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위원회 위원 수와 추천 방식, 결정 기준 등은 다음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브리핑을 갖고 공개할 전망이다.
최저임금 결정구조 이원화는 2017년 9월∼작년 3월 활동한 최저임금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도 검토했던 사안이다. 당시 TF는 최저임금 결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이원화하는 방안에 대해 공감대를 이뤘지만 일단 현행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 TF는 구간설정위원회를 15명 이내의 공익위원으로 구성하고 노동계, 경영계, 정부가 동수를 추천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임금은 기본적으로 당사자인 노사 협상으로 정하는 것인데도 전문가 집단이 그 한계를 정하도록 하는 방안이 나온 데는 최저임금위원회 협상이 노사의 극한적 대립으로 파행이 잦았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문제는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개편하더라도 객관성과 공정성이 얼마나 담보될지는 미지수라는 점이다. 구간설정위원회를 전문가로만 구성하더라도 노사와 정부의 추천을 받아 위원을 위촉할 경우 노사 추천 위원의 대립 구도 속에 정부 추천 위원이 결정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결정위원회의 구성 방식에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정위원회에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포함되는 점은 바람직하지만 사실상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공익위원을 정부가 추천하는 현행방식은 유지됐기 때문이다. 이 경우 노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 정부가 공익위원을 통해 입김을 발휘하던 과거의 문제점이 또다시 반복될 수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에 대한 대응 마련에 착수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정부의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방안에 대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면서 당사자인 노동자의 의견보다 전문가의 의견을 더 반영하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최저임금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또 “전문가들이 미리 구간을 설정하는 것은 노·사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며 (결정위원회의) 노·사·공익위원은 사실상 거수기로 전락하고 만다”고 지적했다. /세종=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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