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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착륙 50년, 요동치는 우주패권] 정권따라 '갈지자'...외풍에 꿈쩍않을 우주개발 로드맵 짜라

<5·끝>우주정책 초지일관이 중요하다

정치논리·탁상행정에 계획도 예산도 '들쭉날쭉'

담당 부처마저 정책 문제점 알면서도 부화뇌동

권력 눈치보기 보다 현실성 우선한 중장기플랜을

2013년 11월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0년 국산 로켓으로 달 궤도선과 착륙선을 발사한다’는 계획을 발표한다. 여러 부처가 참여한 국가우주위원회(위원장 과기정통부 장관)를 개최한 뒤 내린 우주개발중장기계획(2014~2040년)을 통해서다.

하지만 이날의 결정은 우주정책이 정치논리에 휘둘린 상징적 사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2년 12월2일 대선 TV토론에서 “지금 오는 2025년까지 달에 착륙선을 보내는 계획이 있는데 저는 그것을 2020년까지 앞당기려고 한다. 만약 이 계획이 성공하게 되면 2020년에 달에 태극기가 펄럭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07년 11월 노무현 정부 때 ‘우주개발 세부 실천 로드맵’에서 “2025년까지 국산 로켓으로 달 착륙을 하겠다”는 계획을 대책도 없이 덜컥 5년이나 앞당기겠다고 한 것이다

문제는 이에 맞춰 우주정책도 갈지자걸음을 하게 됐다는 점이다. 미래부는 국산 우주발사체(로켓) 자립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박 전 대통령의 계획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부화뇌동한다. 임기 첫해 우주개발중장기계획에서 달 탐사 목표를 1단계 달 궤도선 발사는 2014~2017년, 2단계 달 착륙선은 2018~2020년에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한국형발사체를 2020년 6월까지 개발한 뒤 그해 달에 착륙선까지 보낸다는 계획을 내놓았으나 비현실적이기 그지없었다. 발사체를 개발한 뒤 여러 차례 시험발사를 거치고 로켓의 성능을 향상시켜야 달에 우주선을 보내는 게 상식이기 때문이다.





실제 달 탐사 계획은 박근혜 정부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2014년 9월과 2016년 1월 거듭 연장됐다. 발사체 등 전체 우주개발 예산은 늘었지만 달 탐사 1단계인 궤도선 예산은 당초 3,250억원에서 1,978억원으로 줄었다. 달 탐사 소관 과장도 평균 13개월 근무에 그치며 네 번이나 바뀌었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도 연구책임자가 3명 교체되고 조직도 네 번 변경됐다.

장기적이고 치밀한 안목이 필요한 우주정책이 정치논리와 탁상행정에 휘둘린 결과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달 탐사는 연구개발(R&D) 분야에서 대표적인 정책 실패 사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문재인 정부 들어 지난해 2월 과기정통부는 제3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서 “달 궤도선을 도는 550㎏ 탐사선은 2020년 미국 스페이스X 발사체를 이용하고, 2021년 한국형발사체(누리호)를 개발하고 2030년까지 2단계로 달 착륙선을 자력 발사한다”고 발표한다. 이는 실현 가능성을 감안한 것이기는 하지만 노무현 정부의 달 착륙 계획보다 5년이나 늦어 ‘의지가 약한 게 아니냐’는 또 다른 비판을 낳았다. 우주개발이 정치논리에 따라 춤추는 일은 그전에도 적지 않았다.

4대 강 사업에 치중하던 이명박 정부에서는 2008년 연 3,000억원가량이던 우주개발 예산이 2012년 2,000억원 초반까지 감축됐다. 당시는 정보기술(IT) 투자도 등한히 하던 때였다.



거슬러 올라가면 우주발사체와 연결되는 탄도미사일 기술에서도 정치외교논리가 좌우했다. 박정희 정부가 추진했던 탄도미사일 계획이 전두환 정부가 들어선 뒤 백지화됐던 것이다. 12·12쿠데타와 광주학살로 집권한 전두환 전 대통령은 미국의 지지를 받기 위해 1981년 초 워싱턴에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박정희 정부의 핵과 미사일 계획을 철폐하겠다”고 약속한다.

그 결과 국방과학연구소(ADD)의 탄도미사일 조직이 해체되며 연구원의 3분의 1이 해고된다. 원자력연구소도 에너지연구소로 바뀌며 대량 해고 사태가 일어난다. 당시 ADD는 박정희 전 대통령 앞에서 1978년 9월 시험발사한 국내 최초의 지대지 탄도미사일인 백곰에 이어 백곰2를 개발하던 중이었다. 백곰1·2는 군용 로켓답게 추력이 강하고 이동식발사대에서도 쓸 수 있는 고체연료를 사용했는데 로켓이 분리되며 목표지점을 타격한다는 점에서 우주발사체의 원리와 비슷하다.

백곰 시험발사 뒤 미국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자 당시 노재현 국방부 장관은 “탄도미사일 사거리는 180㎞까지만 하겠다”고 서약하게 된다. 박 전 대통령이 숨진 10·26 한 달 전인 1979년 9월에 이뤄진 한미 ‘미사일 지침’의 시작이다. 백곰 개발에 참여했던 안동만 한서대 석좌교수는 “당시 탄도미사일 조직이 해제되지 않았다면 로켓 기술이 더욱 발전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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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탐사까지 염두에 둔 누리호의 추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미국과 협의해 고체연료 사용도 같이 해야 한다는 게 항우연과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는 한미 미사일 지침상 ‘사거리 800㎞를 초과하는 고체연료 로켓 개발 제한’에 걸려 누리호의 1·2·3단 로켓 모두 액체연료만 쓰는 것으로 돼 있다. 누리호는 2021년 개발된 뒤 최소 3회의 실험발사를 거쳐 2023년께 1.5톤급 위성을 지구 600~800㎞ 상공에 올린다는 계획이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미국과 협의해 고체연료 로켓까지 활용할 수 있게 풀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기정통부 산하 항우연과 국방부 산하 ADD 간에 발사체 기술교류가 전혀 이뤄지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항우연의 한 고위관계자는 “내년 달 궤도 탐사선 등 인공위성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협조해주지만 발사체는 미국에서 기술전수를 안 해주는 것은 물론 고체연료 제약도 가한다”며 “일본이 1970년 소형이지만 발사체 자립을 할 때는 통째로 이전해줬던 것과 비교된다”고 털어놓았다.

우주개발 물량이 적어 민간 생태계 조성에 애로도 많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한국형발사체 개발에 참여한 추진제 탱크업체가 2015년 4월 사업을 포기한 뒤 후임업체가 2016년 9월에서야 정해졌다. 우주영상 분석기업인 인스페이스의 이동진 전무는 “우주업체들이 고급인력을 유지하기 힘들어 나로호의 조립을 맡았던 대한항공이라든지 두산중공업·로템 등이 우주산업을 포기한 바 있다”며 “인공위성도 외형은 현재 90%가량 국산화했으나 탑재체는 거의 다 수입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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