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김연경(35) 씨는 6월 결혼을 앞두고 800만원 짜리 대형 고급 침대를 구매했다. 잠자리가 편안한 게 최고의 가치라고 믿는 김 씨는 “다른 품목은 줄이더라도 수면 건강과 관련된 침대만큼은 최고급 제품으로 고르고 싶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문제에 대응할 공기청정기도 수백 만원을 호가하는 일본 브랜드로 선택했고, 직장에서 쌓인 피로를 풀 수 있는 안마의자 역시 브레인 마사지 기능이 포함된 고급형으로 골랐다. 최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일명 ‘홈족(Home族)’이 늘면서 침대 시장의 판도 역시 바뀌고 있다. 중산층 이상의 경제력을 갖추고 있는 30~40대 초반 홈족은 비싸더라도 더 크고, 품질력이 높은 제품을 사려는 소비 성향을 갖추고 있는데 이런 성향과 맞물려 고급 침대 시장도 커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몬스침대에 따르면 ‘뷰티레스트 블랙’ 컬렉션은 2016년 7월 출시한 지 2개월 만에 30억원 규모의 매출을 달성했으며, 지난해에는 연 매출이 300억원까지 뛰었다.
침대업계에서는 통상 500만원 넘는 제품을 고급침대로 여긴다. ‘뷰티레스트 블랙’는 이보다 상위 레벨 침대로 800만원에서 2,000만원까지 가격대가 형성됐다.
유통업계에서는 고급 침대가 인기를 끌게 된 이유를 ‘홈족’에서 찾는다. 신세계백화점이 자체적으로 침대 매출 추이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4년 3%대였던 신장률은 지난해 14.7%까지 뛰었다. 현대백화점이 웨딩 멤버십인 ‘클럽 웨딩’ 회원들의 소비금액을 분석한 결과를 봐도 1인당 연간 지출이 2016년 800만원에서 지난해 930만원으로 16.3%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는 연간 2,000만원 이상 소비고객이 전년보다 23.1% 늘었다.
최정혁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생활팀장은 “근로시간 단축 영향으로 집을 나만의 휴식공간으로 여기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500만원 이상 고급 침대매출은 전체 침대 시장 중에서도 가장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뷰티레스트 블랙 컬렉션을 구매한 고객 가운데 혼수 비중은 60%를 넘어섰다. 제품 크기가 클수록 더 많이 팔렸다. 매트리스 전체 판매량 중 66%는 ‘라지 킹(Large King)’ ‘그레이트킹(GK, Great King)’ 등 대형 매트리스다.
여기에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도 가치 소비가 트렌드로 자리 잡는 데 한몫했다. 시몬스침대 관계자는 “신혼부부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꾸민 침실을 SNS에 올리는 경우가 많다”며 “6성급 호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시몬스침대로 자신의 침실을 호텔처럼 꾸미려는 고객들도 있다”고 말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