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가치 있는 기업 브랜드’ 순위. 삼성전자는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페이스북·코카콜라에 이어 7위에 올랐다. 미국 기업을 빼면 삼성이 세계 1위다. 첨예한 미중 무역분쟁,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논란 등의 악재에도 브랜드 가치(531억달러)는 11.5%포인트 뛰었다. 삼성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재계는 최근 부쩍 잦아진 이 부회장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산업 격변기에 더 이상의 지체는 안 된다’는 절박감의 발로로 본다”며 “이 부회장이 미래 신수종 사업 발굴, 글로벌 경영 등에 이전보다 훨씬 속도를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장 이 부회장의 해외 출장은 삼성의 미래 청사진과 맞물려 있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 삼성은 지난해 3월 경영 복귀 후 한 달 만에 이뤄진 이 부회장의 유럽 출장 직후 인공지능(AI) 네트워크 구축을 발표했다. 중국 선전에서는 전기차 업체 BYD의 왕촨푸 회장을 비롯해 ‘정보기술(IT) 굴기’의 좌장격인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레이쥔 샤오미 회장 등을 잇따라 만나 전장 및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두루 점검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지난해 8월 삼성이 발표한 4대 신수종 사업에 5세대(5G)·AI·전장·바이오 등이 선정된 것은 당연했다. 최근 만성화된 투자 기근 속에서 10년간 133조원이라는 매머드급 비메모리 투자를 발표하고 기술 패권 전쟁터가 되고 있는 5G 시장 공략을 위해 NTT도코모 등 일본 통신업체 최고경영자(CEO)와 접촉한 것도 이 부회장이 없었다면 기대하기 힘들다. 특히 반(反)화웨이 진영에 일본이 합류하면서 삼성의 통신장비시장 확대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재계의 한 임원은 “대일관계 악화로 비즈니스 타격까지 우려되는 상황 아니냐”며 “게이오대 출신으로 부친(이건희 회장)의 일본 인맥까지 흡수한 이 부회장이 삼성의 비즈니스 확대뿐만 아니라 악화된 대일관계 해소를 위한 일종의 보국 행보, 민간 외교관 역할도 하고 있다”고 호평했다.
이 부회장의 경제 외교도 눈에 띈다. 근 15개월 새 총 여섯 차례나 해외 정상급 인사와 만났다. 지난해 6월 인도 노이다의 스마트폰 공장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올 2월에는 화성 반도체 공장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를 만났다. 인도 시장의 경우 올 1·4분기에 ‘갤럭시폰’이 4분기 만에 프리미엄폰 1위 자리를 탈환하는 성과도 냈다. 전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총수가 해외 사업장을 찾으면 사기 진작 효과가 곧바로 나타난다”며 “삼성의 스마트폰 사업이 전반적인 시장 침체로 어려운 가운데 인도 방문이 이뤄진 만큼 직원들도 더 분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 후 해묵은 난제를 털어내고 있는 점도 돋보인다. 지난해 백혈병 이슈를 마무리했고 8,000명에 육박하는 삼성전자 서비스 협력사 직원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순환출자 고리 해소 등 지배구조 개편에도 진전이 있었다. 모두 오너 차원의 결단이 필요한 이슈들이다.
재계는 이 부회장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제단체의 한 임원은 “산업의 판이 바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비즈니스의 변화가 심하다”며 “이 부회장이 오너로서 경영의 키를 쥐고 리더십을 발휘해나가야 삼성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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