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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 들어서는 플리마켓에 울상짓는 1인 셀러들

고공행진 1일 참가비, 매출 수수료 때문에 울고

개최지 이름·홍보문구만 믿고 참가했다 또 울고

'1인 셀러들' 억울함, 피해 생겨도 하소연할 곳 막막

출처=플리마켓 관련 온라인 카페 사진 캡처




“대형마트 앞인줄 알고 갔더니 어두컴컴한 주차장으로 안내…당황스럽고 화가 났어요.”

지난 29일 플리마켓(벼룩시장) 관련 유명 온라인 카페에 최근 세종시 한 대형마트에서 열린 지역 플리마켓에 처음 참가했다는 판매자의 후기가 올라왔다. 이 판매자는 “대형마트라기에 마트 앞 도로나 마트 안에서 마켓이 열리는 줄 알고 참가했다, 그러나 행사장이 주차장 안이어서 당황했고 화가 났다”고 썼다. 유동인구를 고려해 도로 가에 매대를 설치하는 상식적인 플리마켓 장소와 확연히 달랐던 것. 그는 “보석류를 파는데 주차장 안이어서 어둡고 사람도 별로 없었다”며 “지금까지 참가한 플리마켓 중 최악”이라고 전했다.

개성과 취향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로 1인 제작자가 직접 만든 수공예·DIY 제품을 찾는 이가 늘어난 가운데 ‘작가’ 또는 ‘셀러(seller)’로 통하는 판매자들이 모이는 시장이 우후죽순 생기며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생기고 있다. 유명 맘카페, 파워블로거가 주축이 돼 열리곤 했던 플리마켓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마켓 기획과 운영을 도맡는 전문업체가 하나둘 생겼고 지자체와 대형 쇼핑몰 등에서도 관심을 보이며 앞다퉈 마켓을 열고 있다. 이제 프리마켓은 특별하고 이색적인 분위기 속 세상에 하나뿐인 수공예품을 접하던 초기 형태에서 진화해 전국 각지에서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게 됐다. 그만큼 어두운 면도 함께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에서 ‘플리마켓’, ‘셀러모집’ 등 관련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각각 57.5만 건, 2.3만 건의 상당히 많은 게시물이 검색된다. / 인스타그램 캡처


셀러들은 1일 3만 원에서 최대 십여만 원에 이르는 플리마켓 참가비용을 지불한다. 일종의 자릿세 개념이다. 대형 쇼핑몰 등 장소에 따라서 40~45%에 달하는 매출당 수수료를 부담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대만큼 구매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한 대형 쇼핑몰에서 열린 플리마켓에 참가한 셀러는 “주변에 볼거리가 워낙 많다 보니 셀러들에게는 눈길 안 가는 게 현실이더라, 구매력이 정말 별로였다”며 실망감을 내비쳤다. 또 다른 셀러는 “수수료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 몇 년 전에는 10% 대였는데 요즘은 40%대가 상식”이라면서 “다 떼이고 나면 한 달 매출은 5만 원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일부 마켓 주최 측의 과장 홍보에 속거나 일방적 행사 취소로 인한 피해도 호소하고 있다. 홍대에서 열린 프리마켓에 참가했다는 셀러는 “가서 보니까 행사장이 옥상이더라, 옥상까지 올라오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고 억울해했다. 다른 셀러는 “요즘은 맨땅에 선 그어놓고 참가비 3만 원 부르는 데가 너무 많다, 누가 봐도 무료로 여는 자리에 자리값 세게 받는 플리마켓도 있더라”며 지적하기도 했다.

주최 측에서 일방적으로 행사 취소해놓고 참가비 환불은 ‘나 몰라라’하는 사기꾼들이 많다며 억울해하는 셀러들의 하소연도 많았다. 셀러 대부분이 창업 준비, 취미활동 등 목적으로 1인 브랜드를 운영하는 소상공인이고 사업 경험도 적다 보니 불이익을 당했을 때 대처에 한계가 있다. 일부 셀러들은 억울한 사례를 소비자 민원으로 신고했지만 해결은 요원했다고 억울해했다.



도로변이 아닌 마트 주차장에서 플리마켓이 열려 당황했다는 셀러. /출처=플리마켓 관련 온라인 카페 사진 캡처


이 때문에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부푼 꿈을 안고 플리마켓 시장에 뛰어든 새내기 셀러들은 적잖은 실망감을 호소한다. 셀러들은 판매를 준비하는 과정에만 많게는 100만 원 가까운 창업자금이 든다고 설명했다. 제품 재료비에서부터 장식, 선반, 조명, 카드 단말기까지 돈 들어갈 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시간과 노력도 필요하다. 한 셀러는 “3일 동안 밤을 새어가며 제품을 준비해 설레는 마음으로 첫 마켓에 나갔다”면서 “가보니 마켓 홍보도 거의 없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제품 구경은 안 하더라, 이런 분위기라면 다신 안 올 거라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지자체에서 개최한 플리마켓에 참가했다는 한 셀러는 “아기자기한 물건들 진열해두면 참 보기 좋다”면서 “이 때문에 우리를 병풍처럼 세워두고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더라”면서 웃픈 현실을 전했다. 또 다른 셀러는 “플리마켓은 더 이상 신기하고 구경하고 싶은 특별한 곳이 아니다. 마켓 주최자들이 상권 분석, 유동인구, 구매력 등을 솔직하게 오픈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켓 기획자들도 할 말은 있다. 3개월 가량 마켓을 주최해왔다는 한 기획자는 “과대 홍보라기보다 현장 상황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부분이 너무 많다”며 “오히려 마감 시간도 안 됐는데 장사 안된다고 테이블 접고 가버리거나 하루종일 표정이 안 좋은 셀러 분들이 많다, 셀러와 주최자가 같이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가로수길 등에서 플리마켓을 오래 개최해왔다는 한 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워낙 플리마켓이 여기저기 많이 생겨 포화상태여서 셀러들이 다들 안 팔린다고 하소연한다”며 “셀러 본인이 상권 분석을 하고 나서 자기 상품이 얼마나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이끌어낼 것인지 명확한 판단 후에 도전하셨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 관악구 번화가에 들어선 한 플리마켓의 낮과 밤(26일 촬영). 평일인데도 유동인구가 꽤 많은 곳이었지만 이날 한 셀러의 매출은 평소의 절반 수준인 20여만 원에 불과했다. / 강신우 기자


최근 서울 관악구 번화가의 한 플리마켓에서 만난 30대 셀러는 “2~3년 전이 플리마켓 업계 정점이었던 것 같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보기에는 사람이 많아 보여도 대부분은 판매자들”이라며 허탈해했다. 다른 30대 셀러도 “평소에는 40만 원정도 팔았는데 오늘은 반밖에 못 팔았다”면서 “따로 매장을 운영하기 힘든 소상공인들은 플리마켓 찾아 돌아다녀야 하는데 작년에는 잘 되는 듯하더니 올해는 갈수록 안 되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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