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미국의 적격투자기관을 대상으로 약 5억달러(약 5,900억원) 규모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채권 발행을 추진한다. 미국 채권시장 동향에 따라 발행 시기가 유동적이지만 늦어도 오는 9월을 넘기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의 이번 글로벌 본드 발행은 미국 내 적격투자기관(주로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중은행들은 주로 레귤레이션S(RegS) 법령에 따라 글로벌 본드를 발행하고 있지만 RegS는 공시 절차나 준비 과정 등은 간소하지만 미국 내 적격투자자 모집은 불가능하다는 제약이 있다. 반면 신한금융이 처음으로 추진하는 144A룰(법령) 기준에 맞춘 글로벌 본드 발행은 국제적인 신용평가사 2곳 이상으로부터 신용평가 등급을 얻어야 하고 공시 부담도 커지는 등 발행 절차가 복잡하지만 미국 내 적격투자기관을 대상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신한금융의 한 고위관계자는 “주관사 선정에 이어 무디스에 이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국제신용평가등급을 획득하는 등 144A법령에 근거한 ESG채권 발행 요건을 갖추기 위해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며 “발행절차가 까다롭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신한금융의 위상을 알릴 수 있고 안정적인 외화조달채널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미국 역내 채권 발행은 글로벌 위상을 높이겠다는 조 회장의 의지가 작용했다. 지난 2003년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최초로 뉴욕증시에 주식예탁증서(DR)형태로 상장한 데 이어 미국 내 적격투자기관을 대상으로 안정적인 자금 조달에 성공할 경우 글로벌 금융그룹으로서의 위상을 제고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글로벌 영토를 확장하고 있는 금융그룹으로서 금융산업의 심장부에서 승부를 내겠다”는 조 회장의 글로벌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다.
미국 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하는 첫 글로벌 본드로 ESG채권을 택한 점도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ESG채권은 사회 취약계층 지원, 일자리 창출, 신재생 에너지 개발, 환경 개선사업 지원을 위해 엄격한 국제인증 절차를 거쳐 발행하는 특수목적 채권을 말한다. 지난 4월 신한은행이 4억달러(약 4,800억원) 규모의 외화 ESG 채권을 발행하는 데 성공했고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는 신한금융이 처음 도전하게 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그룹 차원의 친환경 경영비전인 ‘에코 트랜스포메이션 2020’을 추진하면서 주요 계열사의 ESG사업이 대폭 확대되고 있다”며 “외화 ESG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신재생 에너지 등 친환경 사업과 일자리 창출 등 사회문제 해소 사업에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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