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첫 수출 원자력발전소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원전 장기정비계약(LTMA)의 정비 사업자가 이달 하순 결정될 예정이다. 당초 기대와 달리 LTMA 입찰이 여러 분야로 쪼개지면서 한국의 단독 수주는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원전은 우리가 수출했지만 원전 정비는 여러 나라가 ‘쪼개기’로 나눠먹는 형국이다. 일각에선 한국의 탈원전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본지 5월 27일자 1·6면 참조
16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오는 24일께 UAE 바라카원전 LTMA에 대한 계약 서명식이 열릴 예정이다. 바라카 원전 운영사인 나와(Nawah)는 당초 10~15년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던 장기정비계약 기간을 3~5년짜리로 나누는 계약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나와가 정비 업무를 총괄하는 한편 실무 업무를 하도급 형태로 개별 업체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상정비, 계획예방정비 등 정비 종류나 정비 건수로 나눌지 등 구체적 계약 방식은 아직 유동적이다. 경상정비는 부품 교체 등 일상적인 정비 업무다. 반면 계획예방정비는 통상 18개월 주기로 원전 가동을 중단한 채 전체를 점검하는 것으로, 전문성과 기술성이 더 요구되는 만큼 수주금액이 더 비싸다.
일단 조만간 발표될 LTMA 사업의 상당 부분은 한수원-한전KPS(팀코리아)가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팀코리아는 바라카 원전이 한국형 신형 원자로(APR1400)로 건설된 데다 앞서 최소 10년간의 운영지원계약까지 체결했기 때문에 해당 부문의 정비도 가장 잘 할 수 있다며 대형 수주를 자신해왔다. 다만 계약기간 단축에 더해 경상정비만 발표될 경우 최대 2조 원 안팎으로 추산됐던 계약 규모에서 한국의 몫은 수천억 원으로 줄어들 수 있다.
예상과 달리 계약 규모 줄어든 것을 두고 나와가 바라카원전에 대한 한국의 지배력을 경계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수원이 바라카 원전의 건설과 운영을 모두 도맡는 상황에서 장기정비계약까지 맡을 경우 원전에 대한 장악력을 놓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당장 장기계약이 필요없는 UAE 정부가 시간을 끌면서 남은 계약에 대한 입찰을 유리하게 이끌 의도도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UAE 측에서도 원전과 관련된 일은 한국 업체에 통째로 맡기기보다 자체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싶어 한다”며 “당장 자국 내에서 전문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 보니 해외에서 인력을 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비 계약 체결에 따른 본격적 정비인력 파견은 이르면 내년 말이나 내후년 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라카 원전 전체 4호기 가운데 1호기가 올 하반기 운영 허가를 받고 내년 2월 연료장전에 들어가 1년 정도 시운전을 한 다음에야 본격적인 상업운전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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