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비롯한 외산 게임들이 국내 게임 순위 상위권으로 잇따라 진입하면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막대한 자본력을 무기로, 일본은 방대한 지식재산권(IP)을 바탕으로 국내 게임 업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정부의 게임 관련 규제 완화와 넷마블의 약진이 국내 게임 시장에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
3일 구글 플레이 게임 매출 순위에 따르면 30위권 내에 해외 개발사 혹은 해외 IP를 활용한 게임이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원래 구글 플레이 순위 1위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 2위는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로 토종 국산 게임들이 상위권을 지키고 있었는데 최근 중국의 랑그릿사를 비롯한 외산 게임들이 상위권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국내 게임사들이 개발했지만 해외 IP를 활용하는 경우까지 고려하면 게임 순위에서 국내 게임사들은 시원치 못한 성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판호 발급 문제로 국산 게임의 중국 진출은 막혀 있는 상황에서 중국 게임은 국내 시장에서 활보하고 있다. ‘랑그릿사’(5위), ‘아르카’(17위), ‘블랙엔젤’(26위), ‘강림:망령인도자’(28위), ‘왕이 되는 자’(29위) 등이 그 예다. 특히 중국은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톱스타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아르카는 배우 김혜자를, 블랙엔젤은 아이돌 그룹 다이아의 정채연을, 강림은 배우 이동욱을 각각 모델로 내세웠다. 심지어 지난달 출시된 무협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영웅신검’은 축구선수 손흥민을 홍보 모델로 선정했다. 또 국내 지하철 스크린 도어 광고도 중국산 게임들이 대다수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형게임사의 한 관계자는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한 톱스타 마케팅으로 초기 사용자 유입률을 올린 뒤 자극적인 과금 체계를 도입해 매출을 극대화한다”며 “다만 1년도 안 돼 서비스를 끝내는 게임들이 많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일본은 방대한 IP를 기반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넷마블의 ‘일곱 개의 대죄’(8위)는 일본 애니메이션 ‘일곱 개의 대죄’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또 지난 5월 출시된 넷마블의 ‘킹 오브 파이터즈 올스타’(6위)와 넥슨의 ‘고질라 디펜스 포스’도 일본 IP를 활용했다. 이는 게임사들의 수익과 직결된다. 예를 들어 넷마블은 다수의 해외 IP를 활용하고 이에 대한 로열티를 지급하기 때문에 다른 게임사들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지난해 엔씨소프트는 약 36%의 영업이익률을 올렸지만 넷마블은 약 12% 정도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외산 게임의 진입으로 중소게임사들이 설 자리가 부족해지고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과 플레이위드의 ‘로한M’ 등 몇몇을 제외하고는 상위권에서 중소 개발사는 찾기 힘들다. 업계 관계자들은 “게임이 정말 발전하려면 중소 게임사들이 튼튼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중소 게임사들이 자체 개발을 포기하고 중국 게임을 퍼블리싱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정부의 규제완화와 넷마블의 약진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말 출시된 넷마블의 ‘BTS월드’가 전 세계 게임 상위권에 진입하면서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방탄소년단(BTS)의 탄탄한 팬층을 기반으로 꾸준히 매출을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국내 매출 순위에서도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2위), ‘리니지2 레볼루션’(3위) 등이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정부의 게임 업계를 응원하는 행보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정부는 셧다운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기로 했고, 성인 온라인 게임 50만원 결제 한도도 폐지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셧다운제 완화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없앨 수 있게 됐다”며 “결제 한도 폐지로 게임사들이 더 자유롭게 아이템을 만들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주원기자 jwpai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