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096770)이 정제마진 악화로 지속됐던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제마진이 하락하면서 올해 4·4분기 실적 악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당 14만원선을 ‘마지노선’으로 추가 하락은 저지되는 모습이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이달 6일 14만1,500원까지 주가가 하락한 뒤 꾸준히 올라 지난 26일에는 15만5,000원까지 상승했다. 이 기간 상승률은 9.93%로 코스피 지수 상승률(5.58%)을 두 배 가까이 웃돌았다. 지난 27일 주가가 2.58%(4,000원) 하락하며 그동안 상승분의 일부를 내줬지만, 이는 ‘배당락 효과’가 큰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올해 4·4분기 실적 전망도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는 매출 12조4,465억원, 영업이익 3,499억원이지만 증권사들은 컨센서스보다 훨씬 감소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실제로 KB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4분기 영업이익을 2,140억원으로 추정했으며 미래에셋대우는 517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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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닝 쇼크’ 급의 실적 악화가 예상되고 있지만, SK이노베이션은 14만원 선을 바닥으로 반등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지난 2014년 SK이노베이션이 국제 유가가 급락으로 4·4분기에만 6,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을 때 실적 하향에 대한 컨센서스가 선반영되면서 주가가 7만원 선까지 떨어졌을 때와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는 평가다.
당시에는 SK이노베이션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정유사업에만 집중돼 유가 하락에 맥을 추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석유화학사업과 윤활유 사업이 영업이익의 3분의 2 이상 차지하는 데다 2차전지 사업이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주가 하방 저지선이 강화된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배터리 사업은 2021년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며 “손익분기가 가까워 지면 배터리 사업에 대한 가치도 주가에 점진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아울러 정유사업 실적 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인 정제마진 역시 내년 IMO 2020 제도 시행에 따라 현재보다 상승할 것으로 전망돼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는 것도 최근 주가 반등의 이유로 꼽힌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정제마진은 현재 저점을 통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제마진 하락이 공급과잉이나 수요둔화에 의한 것이 아니라 IMO 2020 시행에 따라 벙커C유 가격하락에 따른 것으로 예상됐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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