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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아이] 차이 대선 승리 유력하지만…中 반발에 동북아 정세 격랑 이나

■11일 대만 대선

초지일관 反中 외친 차이 총통

무역戰 미국편 들며 GDP 성장

홍콩시위 中 강경진압도 호재로

라이벌 한궈위에 33.2%P 앞서

총선도 민진당 과반 확보 관측

차이 재선 땐 독립정책 가속화

中 경제·군사·외교 3중압박 속

한일 등 주변국에 파장 미칠 듯





#대만 집권여당인 민주진보당은 지난 2018년 11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야당인 국민당에 참패했다. 총 22곳의 현·시장을 뽑는 당시 선거에서 민진당은 고작 6곳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결과에 책임을 지고 차이잉원 총통은 민진당 당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최대 교역상대인 중국과의 사이가 틀어지면서 경기가 둔화한 것이 선거 참패의 원인으로 꼽혔다. 중국에 비판적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조차 당시 “차이 총통이 지금처럼 중국을 적대하고 미국에만 의존할 경우 재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을 정도였다.

#1년여가 지난 현재 차이 총통의 재선은 ‘따놓은 당상’이라고 대부분의 선거전문가가 인정하고 있다. 차이 총통의 ‘대만 독립’ 성향은 여전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바뀌었다. 중국의 지나친 공세가 대만인들의 마음을 돌려놓은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을 틈타 대만 경제가 반사이익을 누리며 살아나고 있는 것도 호재다.

일주일 후인 오는 11일 치러지는 대만 총통 선거는 유례없는 일방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차이 총통이 압도적 표차로 재선되고 ‘대만 독립’ 주장이 강해지면서 중국과 갈등의 골이 더 커질 가능성이 우려될 정도다. 차이 총통 재선의 일등공신이 시진핑 국가주석이라는 점이 아이러니다. 대만 빈과일보가 선거 전 마지막으로 실시한 지난해 12월30일 여론조사 결과 여당인 민진당의 차이 총통과 러닝메이트 라이칭더의 조합이 지지율 48.6%를 획득했다. 야당인 국민당의 한궈위 가오슝시장과 장산정 전 행정원장 조합(15.4%)을 무려 33.2%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중도 우파 야당인 친민당의 쑹추위 주석과 위샹은 6.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무응답자는 29.7%였다.

차이 총통에 대한 지지율은 지난해 12월 초 한때 51%로 절반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후 줄곧 40%대 후반의 안정적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여론조사 오차율을 감안하더라도 이미 승부는 결정됐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차이 총통의 지난해 선거운동은 롤러코스터로 불릴 정도로 급격한 변동을 나타냈다. 차이 총통은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지지율이 한 후보에게 뒤처졌지만 8월 이후 앞서나가기 시작하며 격차를 계속 벌렸다. 반대로 한 후보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어정쩡한 입장을 보이며 지지율을 계속 까먹고 있다.

11일 함께 진행되는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민진당 사상 최초로 과반 의석 확보 가능성이 점쳐진다. 지난해 말 빈과일보 여론조사에서 정당별 지지율은 민진당 36.5%로 21.7%에 그친 국민당을 크게 앞질렀다.

차이 총통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고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민진당이 과반을 차지할 경우 대만뿐 아니라 동북아 정세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다소 모호했던 차이 총통의 독립 정책이 확고해지면서 중국의 반발이 커지고 ‘뒷배’인 미국을 비롯해 한국·일본 등 주변국에도 파장이 일 가능성이 있다. 차이 총통의 러닝메이트인 라이칭더의 경우 강경 독립파로 중국이 특히 기피하는 인물이다. 2024년 대선의 민진당 후보 경쟁에서는 라이가 선두다.



지금은 대세론을 굳힌 차이 총통이지만 첫 임기 4년은 순탄하지 않았다. 앞서 민진당 소속 천수이볜 전 총통의 급진적 독립 시도를 알고 있던 중국은 차이 총통 취임 직후 곧바로 압박 강도를 높였다. 중국인의 대만 여행 중단 등 경제적·군사적 압박을 받았고 여기에 차이 총통의 실정까지 겹쳤다. 지지율이 바닥을 치더니 결국 2018년 11월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총통 재선 출마 자체가 어렵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반전의 기회는 지난해 초에 왔다. 2019년 1월 시 주석이 “대만 통일을 위해서는 무력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대만인들의 마음에 상처를 줬다. 이어 지난해 6월 시작된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등 민주화시위가 결정타 역할을 했다. 중국의 대만 통일전선 전략인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의 모순이 홍콩 시위과정에서 드러나며 줄곧 반중을 외쳐온 차이 총통의 지지율이 오르는 결과로 이어졌다. 차이 총통은 1일 2020년 신년사에서도 “일국양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날을 세웠다.

미중 갈등 과정에서 확실하게 미국 편에 선 것도 도움이 됐다. 미국으로부터 F-16V전투기 등 첨단무기를 대량 수입하면서 ‘자주국방’의 자존심을 세운 것이다. 2일 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가 대거 희생된 헬기 참사도 비상상황 관리를 통한 여당의 선거운동에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민진당의 아킬레스건이었던 경제 문제도 미중 무역전쟁 과정에서 혜택을 받으며 오히려 좋아졌다. 기업들이 대만으로 몰려온 것이다. 세계 최대 자전거 업체 자이언트가 중국 공장을 폐쇄하고 대만으로 이전한 것이 대표 사례다. 대만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2018년 4·4분기에는 전년동기 대비 1.97%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4분기 2.99%로 급등했다. 대만 행정원 주계총처(통계청)은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은 3%대도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다만 중국의 공세가 단기적으로는 차이 총통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겠지만 장기적 전망은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공산당이 ‘두 개의 100년’ 목표 가운데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1년을 앞두고 대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으로부터의 경제·군사·외교 3중 압박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보니 글래저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중국도 차이 총통의 재선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듯한 상황에서 선거 후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최대 관심사”라고 말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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