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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 정윤석 신일산업 대표 "전통과 혁신 양날개로 '재도약 바람' 만들었죠"

2000년대 초반 中 저가공세에 회사 존폐기로

미래 불투명했지만 '재도약 기회 만들자' 결심

홈쇼핑 개척·히트상품 개발하며 CEO로 승진

창립 60주년 맞아 BI 등 젊은 이미지로 단장

주력 계절가전서 생활가전으로 먹거리 확대

펫가전 이어 헬스케어기기 시장도 도전할 것

정윤석 신일 대표가 3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본사에서 히트상품인 에어서큘레이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이호재기자




오후3시에 방문한 사무실이 새벽녘처럼 어둡고 고요하다. 형광등도, PC 모니터도 꺼져 있다. 어둠 속에서 군데군데 앉아 있는 사람들은 자리에서 눈을 감고 잠을 청하거나 일어나 맨손체조를 하고 있었다. “우리 회사는 매일 이때부터 20분간 ‘멍 타임’이에요. 매일 오후3시부터 멍 때릴 수 있는 자유를 부여합니다.” 정윤식 신일산업 대표는 낯선 풍경에 어리둥절해하는 기자에게 악수를 청하며 독특한 사무실 풍경에 대해 설명했다. 식곤증이 몰려오는 시간에 뇌를 잠시 쉬게 한다면 업무효율이 더욱 높아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정 대표의 제안으로 두 달 전부터 시작한 신일산업의 ‘멍 타임’. 지난 1959년부터 교류 전동기를 시작으로 선풍기와 전열기 등을 생산하며 국민 기업으로 성장한 신일산업은 이렇듯 소소한 부분부터 변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3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신일산업 본사에서 만난 정 대표는 환갑을 지난 신일산업이 “오랜 전통을 지켜나가면서도 계속해서 변화를 추구하는 조직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여러 번 말했다. 그의 말대로 신일산업은 창립 60주년을 맞은 지난해 안팎으로 많이 바뀌었다. 다소 올드한 이미지가 강했던 브랜드 로고(BI)는 경쾌하고 젊은 느낌으로 바뀌고 계절 가전의 강자인 신일을 깜찍하게 상징한 캐릭터 웨디도 새로 등장했다. 사옥도 12년을 머물렀던 영등포구 문래동에서 올 상반기 선유도로 옮긴다. 사명도 올해 3월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신일산업에서 신일전자로 바뀔 예정이다.

회사 겉모습에서만 변화가 있던 것은 아니다. 디자인 인력을 확충해 기존보다 젊고 세련된 제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고 공기청정기와 무선청소기·멀티쿠커 같은 생활가전에서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았다. 대리점과 홈쇼핑·양판점으로 굳어진 판매채널 외에 모바일·이마트트레이더스 등을 추가로 개척해 판로를 넓히는 데도 성공했다. 그는 “품질처럼 보수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는 기업의 좋은 부분은 살리면서 나머지는 젊어지려는 노력을 계속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한 번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계속해서 변화에 방향을 맞춘다면 성과가 나오게 마련”이라며 환갑이 넘은 신일산업을 계속해서 젊게 만들어 나가겠다는 목표를 뚜렷이 했다. 덕분에 신일산업의 연간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16년은 1,240억원, 2017년은 1,445억원이었지만 그가 대표로 취임한 2018년에는 1,687억원까지 뛰었다. 폭염·혹한과 거리가 다소 멀었던 지난해도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매출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안정적으로 신일산업을 이끌고 있는 정 대표가 이토록 변화를 강력하게 부르짖는 것은 과거 경험 때문이다. 한국에 대규모 공장을 운영하며 위세가 당당했던 신일은 2000년대 초반, 중국의 시장개방이라는 외부 요인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당시 기술개발(R&D)에 힘을 쏟기보다 노동집약적인 사업을 펼쳐왔던 한국 중견 가전 기업들은 수출은 물론 내수 시장에서도 값을 후려치는 중국 기업을 이기기 어려웠다. “완전히 바뀐 시장환경에 기업들이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정 대표는 “온 국민이 힘들었던 IMF 외환위기 때는 오히려 미국 수출 물량으로 버텼지만 중국에서 값싼 제품이 밀려 들어오자 말 그대로 내수도 수출도 전패했다”고 그 시절을 회상했다. 수만 평에 달하던 공장은 멈췄고 제조라인을 채우고 있던 수많은 동료도 사라졌다. 비상경영체제에서 팀은 최소한으로만 운영됐다. 그는 “가장 회사가 어려웠을 때 보직은 인사총무과장”이라며 “회사를 떠난 사람도, 회사에서 내보낸 사람도 많아서 팀이 줄어들다 보니 여러 일을 한꺼번에 담당하고 있더라”고 떠올렸다.



회사의 미래는 불투명했지만 정 대표는 신일산업에 남아 있기로 결정했다. 입사하기로 마음 먹은 때를 기억하며 재도약할 기회를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특화된 모터 기술을 보유한 신일산업이 미래에 고부가가치 제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그를 남아 있게 했다. 무엇보다 생산 현장에서 직접 맞부딪히며 동료들과 돈독하게 쌓인 관계를 저버리고 다른 곳으로 갈 수는 없었다. “화성공장 정문에 면접을 보러 처음 방문했던 날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컨테이너로 제품을 싣고 생산라인이 끊임없이 돌아가는 모습에 홀딱 반해서 입사 결심을 굳혔더랬죠. 공장에서 밤새 조립을 하거나 배송을 위해 포장했던 날들, 고된 시간이었지만 동료들끼리 생기는 돈독한 관계가 너무나도 좋았어요.” 자칭 ‘공장빠’ 정 대표는 그렇게 조직과 함께 성장하는 길을 택했다.

이후 승진을 거듭해 2009년 신유통사업부 부장, 이듬해 판매사업본부 본부장까지 오른 정 대표는 당시 미개척지였던 홈쇼핑 시장의 문을 두드리며 신일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또한 지금은 유통의 대세로 굳어진 온라인 채널(오픈마켓)을 뚫은 것도 그가 판매사업본부를 맡았을 때다. 유통 채널의 확장 외에도 신제품 론칭을 주도하며 고부가가치를 겨냥한 판매 전략을 전사에 주문한 것도 그였다. 2015년 론칭해 지금까지 누적 판매 140만대를 기록한 대표적인 히트상품 에어서큘레이터, 애완동물을 키우는 소비자를 겨냥한 펫 가전 브랜드 퍼비도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신일산업은 계속해서 변화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 정 대표는 또 다른 변화에 골몰하고 있다. 바로 헬스케어 시장이다. 그는 “고령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시장 상황을 감안해 신일산업의 특화된 기술에 전문성을 갖춘 헬스케어 가전 분야로 진출하려 한다”며 “국내 의료기기 시장은 대부분 영세한 업체들로 이뤄져 있는데다 의료기기 관련 규제가 엄격하다는 점을 신중하게 고려해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존 업체를 인수할지 자체적으로 기술을 확보해 나갈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헬스케어 시장 개척이 새로운 목표라면 지난해 선보인 신규 BI와 캐릭터를 널리 알리는 일은 연속성 있게 추진한다. 최근 출고된 제품에 붙은 로고는 이미 바뀌었지만 전국 곳곳에 있는 대리점 간판 등은 올 상반기 순차적으로 바꿔나간다.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생활가전의 힘을 끌어올리는 것도 대표 취임 이후부터 줄곧 관심 있게 추진해왔던 주제다. 그는 “여전히 (신일이) 계절 가전 이미지가 강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절 가전은 기본으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하고 나머지 역량은 생활가전이나 신제품으로 시장을 넓히는 데 쏟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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