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확산하면서 시중은행마다 긴급하게 영업점을 폐쇄하는 등 대응 방안을 서두르고 있다. 비상상황마다 매뉴얼에 따른 조치를 취하는 한편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직후 실적 악화를 경험한 만큼 실적에 미칠 영향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의 폐쇄된 영업점은 14곳에 이른다. 폐쇄 이후 영업을 재개한 농협은행 지점 3곳을 포함하면 폐쇄된 영업점은 17곳에 달한다. 2009년 신종플루 당시 신한은행이 서울 소재 영업점 한 곳을 휴업한 적은 있지만 동시다발적인 영업점 폐쇄는 이번이 처음이다. 신종플루는 국내 전염병으로는 사망자가 263명으로 가장 많았다. 아울러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은행 영업점이 폐쇄된 경우는 없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장 은행은 고객감소로 1차 충격을 받고 간접적으로 경기 하강으로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경우 2차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우선 은행권은 코로나19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방역에 집중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성규 은행장을 위원장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자체 위기대응단계를 경계(Orange)로 설정했다. 하나은행의 위기대응단계는 관심(Blue)→주의(Yellow)→경계(Orange)→심각(Red) 4단계로 이뤄졌다. 하나은행은 직원 중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만큼 경계 단계를 유지하되 심각 단계 이상의 대응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별 은행마다 고객 행사를 조정하고, 현금자동입출금기(ATM)까지 포함한 방역작업에 집중하고 있지만 문제는 수익성 악화다.
가장 큰 우려는 내수 악화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 부실이 은행권으로 전이될 가능성이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이미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계차주가 누적된 상황인데 이번 사태로 실제 연체가 발생하기 시작하면 은행 대손비용이 급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은행권 사상 최대 순익 행진을 가능하게 한 가장 큰 요인인 역대 최저 수준의 연체율과 대손비용 관리가 어렵게 된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도 은행 수익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이자수익에 부정적인 요인이다. 앞서 한은은 2015년 5월 국내 첫 메르스 확진자가 나온 뒤에도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후 2015년 상반기 순익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신한은행(-6.10%), 농협은행(-7.30%) 등이 모두 곤두박질쳤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추가 인하될 경우 올해 은행권 이익 감소폭이 9,450억원(세전)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송종호·빈난새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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