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직장 동료들과 커피전문점에 들른 직장인 A씨는 커피를 주문하면서 일회용 컵에 담아달라고 했다. 환경을 생각하며 개인용 텀블러를 활용해온 A씨였다. 그러던 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이후 줄곧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다. 개인 컵은 커피전문점 직원들이 세척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의 매개체가 될 수 있어 개인용 머그잔이나 텀블러 사용이 대부분 중지된 상태였고 여기에 테이크아웃 외에는 머그잔을 사용해야 한다는 정부 지침까지 잠시 중단된 것이 그 배경이다.
환경보호라는 전 세계적 어젠다가 코로나19로 무너지고 있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공포감이 환경을 위해 그동안 힘겹게 지켜온 사회적 약속을 집어삼킨 것이다.
실제로 A씨처럼 코로나19 전염 가능성을 이유로 잠시 친환경에서 일탈하는 사례가 대한민국 곳곳에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큰 줄기로 자리 잡으면서 일탈 속도는 더욱 빨라지는 모양새다.
커피전문점 등의 일회용 사용도 급증했다. 실제로 스타벅스에서 지난 1월 기준 머그잔 대신 일회용 컵을 사용한 비중은 40% 정도에 그쳤지만 현재는 50%를 넘어서는 등 일회용 컵 사용 비중이 한시적으로 늘고 있다. 그동안 스타벅스는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교체하고 개인 컵 이용을 장려해 개인 컵 이용이 1,700만건(2019년 기준)을 넘어서는 등 일회용품 줄이기에 앞장섰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이 공든 탑을 무너뜨린 것이다.
곱절로 늘어난 배달물품으로 인한 일회용 및 재활용품 사용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집콕’ 생활로 온라인쇼핑과 식품 및 식재료 배송이 늘면서 과거에 신선도를 지킨다는 이유로 ‘과포장’됐다고 눈총받았던 일회용 쓰레기들에 관대해지는 분위기다. 재활용하기에 까다로운 특수코팅 종이박스는 물론 플라스틱 및 스티로폼·비닐 등이 매일 각 가정에서 쏟아져 나오지만 현재는 이에 대해 어느 누구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으로 재활용품 수출길까지 막히고 감염확산 차단을 위해 각국이 교류를 줄이며 산업시설 폐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사용처를 잃은 재활용 일회용품은 더욱 넘쳐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 이후 대한민국은 자고 일어나면 차곡차곡 쌓이는 일회용품과 재활용품의 거대한 무덤에 둘러싸이는 새로운 환경재앙이 예고돼 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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