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보험업계에서 초저금리 못지 않게 악재로 꼽는 것이 있다. 정부가 후반기 주요 과제로 꺼내 든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다. 특수고용종사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보험설계사는 20대 국회에서 처리된 ‘고용보험법 개정안’상 고용보험 의무가입 대상에서 가까스로 제외됐지만 조만간 21대 국회에서 특고직의 노동3권 적용 문제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것이다.
보험사의 주장대로 설계사의 고용보험 의무가입은 득보다 실이 클 수밖에 없다. 우선 고소득 설계사들은 고용보험 가입을 원치 않는다. 전체의 40%를 차지하는 저소득 설계사들은 오히려 고용보험 의무가입 대상이 되면 법 시행도 전에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저금리·저성장·저출산의 ‘3저(低)’ 늪에 빠진 보험사로서는 저능률 설계사들의 고용보험 부담까지 짊어질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 여당이 탁상공론만으로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를 밀어붙인다면 비정규직법·강사법처럼 오히려 부작용만 낳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업계가 ‘무조건 결사반대’를 외치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저성장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기름을 부으면서 고용보험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양질의 새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업들 역시 닥쳐올 실업 쓰나미에 대비해 고용안전망 구축 비용을 나눠 져야 할 것이다. 무조건 반대보다 업계가 수용 가능한 고용보험 확대방안을 모색해 확실한 반대급부를 얻는 것이 현명한 때라는 얘기다.
우선 경력이 없는 신인 설계사를 중심으로 고용보험 가입 대상을 선제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설계사 고령화로 생산성 감소가 불가피한 보험사에도 이득이 될 수 있다. 서울경제가 생명보험 설계사들의 연령대별 비중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생보사 전속 설계사 중 50대 이상 비중은 48%로 10년 전의 20.2%에서 2배 이상 늘었다. 대형 3사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삼성생명·한화생명 등은 올해 설계사 영입 타깃 연령대를 40대 이하로 설정하고 신인 설계사 수수료율, 정착지원금 등을 대폭 인상하고 있다. 앞서 보험업계는 20~30대 설계사 유치에 힘을 쏟았지만 유입과 정착률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수당 인상이 20~30대가 일자리의 필수조건으로 꼽는 고용 및 소득안정성의 해법이 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정규직 설계사 고용 실험에 나섰던 대형 법인보험대리점 피플라이프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피플라이프의 기존 대면 설계사 평균 연령은 44세인 반면 올 들어 정규직으로 선발한 설계사들의 평균 연령은 33세다. 경력도 없는 젊은 설계사들이지만 실적은 기존 설계사들의 2배에 달한다. 현학진 피플라이프 회장은 정규직 설계사들의 생산성이 일반 설계사들의 3배까지 높아질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정책의 물길이 정해졌는데도 반대만 외치다 보면 반대급부조차 얻어내지 못한다. 고용보험 확대 카드를 보험업계가 먼저 내미는 전술 변화가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생산성 높은 20~40대 설계사층을 두텁게 해 영업력을 키우는 동시에 의무가입 부담까지 상쇄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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