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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경제 戰時에 또 기업 옥죄기?

나윤석 경제부 기자





경쟁당국이 20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된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을 다시 추진한다. 여당 정책위와의 최종 조율을 끝낸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주 법안 추진의 첫 단계인 입법예고에 나선다.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 전임 김상조 위원장 시절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온 개편안은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9월께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이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지난 1980년 첫 제정 이후 40년 만에 공정거래법의 틀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

문제는 이 개편안이 가뜩이나 ‘감염병 쇼크’로 탈출구 없는 늪에 빠진 기업의 부담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는 점이다. 우선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사익 편취 규제 대상을 확대한다. 기존의 ‘총수일가가 3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비상장사는 20%)’에서 ‘20% 이상 지분 소유 계열사’로 규제 대상이 일원화된다. 검찰과 공정위의 중복 조사 우려가 있는 전속고발권 폐지도 그대로 추진된다.

20대 국회에서도 재계와 야당의 반발로 무산된 이 법안을 당정이 다시 추진하는 배경에는 지난 4·15 총선 결과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압도적인 의석을 바탕으로 쟁점 법안에 대한 자력 처리가 가능해졌을 뿐 아니라 ‘공정경제 달성’은 핵심 지지층의 입맛에도 맞는 구호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부총리를 역임한 이헌재 여시재 이사장은 저서 ‘위기를 쏘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책도, 경제도 물과 같다고 생각한다. 물은 물길을 따라 간다. 웅덩이가 생기면 한참을 꼼짝 않는다. 정책도 그렇다. 시대를 잘못 만나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정부는 전시(戰時)를 방불케 하는 비상시국에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투자 촉진책을 마련하고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고 있다.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로 꺼져가는 성장 엔진을 되살려보려는 안간힘이다. 이런 와중에 시기와 타이밍을 고려하지 않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이 모든 노력을 무위(無爲)로 돌릴 수 있다. 정책은 물과 같아야 한다.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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