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방역대책이 갈림길에 섰다. 클럽과 물류센터, 방문판매업체, 탁구장, 교회 등에서 집단감염이 꼬리를 물고 있고, 신규확진자 약 10명당 1명씩은 감염경로조차 알기 어려운 ‘조용한 전파’로 발생하고 있다. 당국은 현재의 방역 수준을 유지한 채 요주의 시설들에 대한 집중점검과 단속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염확산세가 누그러들지 않고 단계적으로 개학하는 학생들마저 위협 받을 경우 방역수준을 현행 ‘생활 속 거리두기’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되돌려 강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번 주가 정책 전환 여부를 가늠할 분수령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8일부터 오는 19일까지 방문·다단계 판매업체를 집중 점검한다고 7일 밝혔다. 특히 ‘리치웨이’ 사례처럼 일명 ‘떴다방’으로 불리는 미등록업체가 단기간에 고객을 유인한 뒤 잠적해 깜깜이 확진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큰 만큼 관련 행위 적발 시 수사 의뢰 등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전국 방문판매업체 수(작년말 신고기준)는 1만6,965개며 다단계 판매업체(〃)도 138개에 이른다.
이날 정오 기준 수도권 개척교회 관련 확진자는 2명 증가한 82명으로 늘었다. ‘리치웨이 감염사태’와 관련한 누적 확진자는 45명, 양천구 탁구장 관련은 17명이다. 이날 한 고교 3년생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조사된 서울 잠실 롯데월드는 영업을 중단하고 방역 후 9일에 다시 문을 열기로 했다. 서울 중랑구 원묵고에 다니는 것으로 알려진 이 고교생은 지난 5일 낮 12시 13분부터 오후 9시까지 친구 3명과 함께 롯데월드에 머무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확진 판정을 받기 전 학교에서 150명과 접촉한 것으로 확인돼 당국이 학생과 교직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이는 등 긴급조치에 나섰고 해당 학교의 수업은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지난달 25일부터 이날 0시까지 2주간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는 41.9명으로 직전 2주간 22.6명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박능후 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민의 생활방역 노력과 방역당국의 추적으로 대규모 확산으로 진행하는 것은 막고 있으나, 추적 속도가 확산 추이를 충분히 따라잡지 못해 환자 발생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치료중 환자는 36명 증가한 951명으로 다시 1,000명을 눈앞에 두고 있고 감염경로를 몰라 조사 중인 사례도 9%에 육박해 잠재된 시한폭탄으로 꼽힌다. 이 순간에도 ‘조용한 전파’가 방역에 취약한 환경조건과 결합해 폭발적 감염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애초 오는 14일까지 수도권의 방역을 강화하며 ‘생활 속 거리두기’ 유지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지만 상황이 악화한다면 ‘사회적 거리두기’로 방역 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수도권에 국한해서라도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로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같은 맥락에서 “(정부의)결단은 늦지 않아야 한다”고 전했다.
오는 8일 중1, 초5~6학년생 약 135만명이 마지막 ‘4차 등교’에 나서며 99일만에 전학년 등교가 시작되지만 점점 심각해지는 코로나 19 확산세에 수업 정상화도 위협받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갈 경우 등교를 유지할 지도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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