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위기로 노동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부정적 충격을 크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동을 필요로 하는 기업의 고용 수요가 급감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은 31일 ‘코로나19의 노동시장 수요·공급 충격 측정 및 평가’ 연구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히고 “고용 충격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지난 3~4월 기업 채용이 큰 폭 감소하고 비자발적 실업자도 양산됐다” 며 “노동시장의 교란은 기업의 고용이 줄어드는 노동수요 충격과 가계의 구직활동이 축소되는 노동공급 충격이 혼합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 위기에 기업 경영난이 가중돼 신규 채용 등에서 노동 수요의 부정적 충격이 한층 큰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확산의 1차 위기가 닥친 3~4월에 노동 수요 충격이 전체 노동자의 총근로시간 감소에 미친 기여도는 평균 -0.53%포인트로 2015∼2019년 부정적 충격 평균치(-0.10%포인트)의 5배에 달했다. 이는 지난 5년간 있었던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등의 산업 충격이 총 근로시간을 1만큼 줄였다면 코로나19 위기는 5시간 이상 줄이며 일자리를 줄였다는 의미다.
연구를 수행한 박창현 한은 조사총괄팀 과장은 “기업들이 경기 부진을 걱정하며 고용을 하지 않는 ‘수요충격’의 경우, 경기가 살아나야 조금씩 회복되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노동시장 충격은 숙박 및 음식, 스포츠·여가, 교육 등 주로 대면접촉이 많은 업종에서 컸다. 반면 원격근무나 비대면 서비스가 가능한 정보통신기술(ICT)과 금융, 과학·기술 등에선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박 과장은 “코로나19에 따른 노동 시장 충격이 산업별로 다른 만큼 충격의 원인에 따라 선별적이고 차별화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철기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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