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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온난화의 불길…붉게 물드는 푸른별

지구기온 5년간 평균 0.24도↑

온실가스 농도 300만년來 최고

아마존 개발까지…탄소저장량↓

美·濠·시베리아 등 최악의 산불

또다른 '온난화 부채질' 악순환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유카이파 지역에 대형 산불이 활활 타고 있다.




기후위기(지구온난화·기후변화)로 인해 푸른 별인 ‘지구’가 빨갛게 불타며 신음하고 있다.

최근 역대 최악의 산불이 휩쓴 미국 서부부터 남미 아마존, 호주, 인도네시아, 심지어 시베리아까지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기온이 올라가면 나무나 풀·흙의 습기가 없어져 산불에 취약해진다. 지구온난화가 대형 산불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지구 기온은 2016~2020년 5년 동안 그전 5년 평균보다 0.24도 상승해 북극 해빙(海氷·바다에 떠 있는 얼음)을 녹이며 해수면 상승과 기상이변을 초래했다.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은 “온실가스 농도는 이미 300만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대형산불이 발생하면 이산화탄소 등 유해 온실가스가 잔뜩 배출돼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시달리는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극지방의 빙하를 녹이는 등 또다시 지구온난화를 부채질한다. 화재 진압 과정에서 내뿜는 화학물질도 식수로 흘러 들어간다.

식물이 잿더미를 딛고 예전의 생태계를 회복하려면 수십년에서 100년가량 걸린다. 코알라 등 약 10억마리의 야생동물이 떼죽음을 당한 호주 산불처럼 동물에게는 지옥이 따로 없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 등 서부 3개 주에서 시작해 12개 주로 번진 대형산불로 종말론적 풍경이 나타나고 있다. 유해물질로 인해 대낮에도 어두침침한 주황색 하늘이 나타나며 ‘화성 같다’든지 ‘핵폭발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미국 서부는 지난 100년간 평균 기온이 2도가량 올랐는데 올 8월이 역대급으로 더웠다. 해마다 건기인 8~9월에 낙뢰 등으로 산불이 발생하지만 건조한 기후에 강풍까지 겹치고 가을비도 늦어져 사태가 악화됐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기후 비상 사태다. ‘퍼펙트 스톰’”이라고 위기감을 표현했다. 하지만 온실가스의 단계적 감축을 위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서부 산불은 산불관리의 문제”라는 식으로 일관해 ‘기후위기의 악동’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지난 2015년 약 200개 국가가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폭을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 이내 상승으로 묶기로 하고 1.5도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하지만 지구 온도가 산업혁명기에 비해 이미 약 1도가 상승했는데 미국·중국·인도·호주 등 많은 나라가 여전히 온실가스를 대거 배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세계 7위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올 1월2일 일본의 정지궤도 기상위성인 히마와리 8호가 호주 전역이 대형산불로 인해 붉은빛으로 가득찬 것을 찍은 모습./일본 기상청


호주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6개월간 우리나라 면적 이상을 불태웠다가 올 초 겨우 폭우가 내려 불길을 잡았다. 한국·중국·일본 등에 온실가스와 직결된 석탄을 대거 수출하며 세계 석탄 수출 1위 국가답게 ‘자업자득’이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여기에 호주 멜버른의 모내시대 연구팀은 지구온난화로 남극 상공의 기류가 약해져 호주의 고온·건조한 정도가 심해졌다고 밝혔다. 지난해 호주의 평균 기온은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평균에 비해 1.5도 높았다.

추위의 대명사로 꼽히는 시베리아도 2015년·2018년에 이어 지난해 대형산불이 휩쓸며 북미까지 연기가 날렸고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북극의 빠른 기온 상승으로 인해 침엽수림(타이가)에서 대형산불이 자주 발생하고 동토층이 빠르게 녹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때 38도까지 치솟으며 대형산불을 부채질했다. 여기에 중국에 목재를 수출하기 위해 남벌하며 토양이 건조해져 산불과 홍수를 초래한다.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이 녹음 모습. /위키미디어


시베리아·알래스카·북유럽 등 영구동토층은 북만구 육지의 24%나 될 정도로 넓게 분포돼 있다. 매머드 등 동물 뼈나 식물 뿌리, 세균·바이러스, 최대 1조5,000억톤에 달하는 탄소까지 머금고 있다. 시베리아 등에서 급격한 기온상승으로 얼음이 녹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산불까지 발생하면 더 많은 탄소를 방출시켜 지구 온난화의 역습이 심화된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북위 50~70도 대형산불의 증가는 기후변화가 원인”이라는 논문을 지난해 9월 표지에 게재했다. 이 지역은 식물의 탄소 저장량이 지구 전체의 30~40%에 달한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자칫하면 ‘탄소 저장고’가 온실가스로 돌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부에서는 온난화가 심해지면 시베리아에 사람이 살기 나은 환경이 조성되고 북극 항로도 열려 물류비도 절감될 것이라고 기대 하지만 지구 전체로 보면 가혹한 얘기다.



기후위기에 인간의 개발 탐욕까지 겹쳐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이나 인도네시아 등 열대우림 지역에서도 대형산불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2017년 9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 위성이 찍은 아마존 화재 모습. /NASA


브라질은 육류 소비가 크게 늘어난 중국에 가축 사료인 콩을 수출하거나 광산 채굴, 지역개발을 위해 일부 주지사가 방화를 선동하는 등 산불을 오히려 방조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작년 1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취임 이후 아마존 파괴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무성하다.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섬과 보르네오섬, 말레이반도에서는 1990~2015년 70%가량의 열대우림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팜오일과 고무 등을 생산하기 위해 원시림과 이탄지(泥炭地·늪지와 해안 습지)를 불태워 팜나무 농장을 세우고 있다. 2015년 연기가 동남아 상공을 뒤덮었을 때는 약 10만명의 조기 사망으로 이어졌다는 미국 하버드대·컬럼비아대의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탄소 저장고인 이탄지는 몇 개월씩 불타며 많은 연기와 유독가스를 내뿜고 이산화탄소를 대량 방출한다.

최근 미국 서부를 강타한 대형산불로 인해 샌프란시스코 골든브릿지(금문교)가 주황색 연무에 휩싸여 있다.


■코로나發 활동제약에도 온실가스 활활…물분쟁·식량부족 ‘들불’



코로나19 사태에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지 않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올 4월 초 세계의 하루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17% 감소했다가 6월 들어 거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같은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인해 지구촌 곳곳에 대형산불이 발생하고 폭염, 가뭄, 폭우, 해수면 상승과 해양 산성화, 종의 멸종이 나타나고 있다. 바다만 봐도 물고기를 키우는 장소인 산호가 30년쯤 뒤 백화현상으로 소멸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해수면의 상승으로 남태평양 섬나라인 투발루라든지 수몰위기 국가도 속속 생기고 있다. 육지에서도 물 부족과 식량난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세계자원연구소(WRI)에 따르면 세계 17개 국가가 극심한 물 문제에 직면했으며 전체 인구의 25%에 달하는 약 20억명이 물부족으로 어려움에 직면했다.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식량 부족도 심화되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남아프리카에서 4,500만명이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온난화로 인해 열대 지역에서 옥수수와 밀의 수확량 감소가 나타난다.

식수 부족에 시달리는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이 흙탕물을 마시고 있다.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영국에서는 하원의 의뢰로 각계각층 시민(108명)으로 시민의회가 구성돼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과 지속적인 교육을 강조했다. 이들은 보고서를 통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공해 유발 차량의 판매를 단계적으로 금지하고, 공해 유발 상품 광고도 제한해야 한다”며 “기업은 에너지와 원료를 덜 쓰는 제품을 만들고 소비자는 재활용하거나 수리해 써야 한다”고 밝혔다. 풍력·태양광발전을 늘리고 도로 건설을 제한하는 한편 붉은 고기 소비를 20~40% 줄여야 한다고도 했다. 이산화탄소를 대규모 배출하는 산업에 대한 지원 감축도 역설했다.

한편 그린피스 스페인지부 등 환경단체 3곳이 스페인 정부에 대해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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