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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감염병과 잘 싸운 나라가 되려면

정영현 문화레저부 차장





여러모로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가 빛나고 있다. 겨울 지나 봄, 여름, 가을에 이르도록 멈추지 않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협 속에서 높은 수준의 한국 ICT는 정부와 사회·개개인에게 구원의 동아줄이다. 물건을 사고파는 일도, 직장 업무 처리도, 학생들의 학교 수업 참여도 온라인 인프라 덕에 멈춤 없이 진행되고 있다. 일상이 크게 무너진 것 같아 보이지도 않는다. 비록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사람들은 공원에 앉아 가을 햇살을 누리고, 카페에서 음료를 마신다. 가끔은 지금이 코로나19 위기 상황이 맞기는 한 건지 혼란스럽다.

하지만 실상은 살벌하다. 사회 곳곳이 위태롭게 무너져내리고 있다. 한때 젊은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도심 상점 거리에는 빨간색 ‘임대’ 딱지를 붙인 빈 가게가 늘고 있다. 중견·대기업에도 감원 한파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경제가 ‘선방’하고 있다지만 개개인의 고통은 결코 상대적일 수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위기 속에서 자신이 망가지고 있는지도 모른 채 세월의 흐름에 실려가고 있는 이들의 존재다. 바로 세상일에 대해 스스로 아무런 결정을 할 수 없는 어린아이들이다.

입학식도 하지 못한 채 초등학생이 된 여덟 살 아이들은 ‘홀로’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앞에 앉아 영상으로 ‘공동체’ 생활을 배운다. 조금 큰 아이들은 화상으로 선생님과 마주하지만 역시 ‘홀로’ 악기를 연주하며 화음을 익히고, ‘홀로’ 우리 마을을 조사한다.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의 정서에 어른들은 큰 관심이 없다.



등교를 하더라도 마스크 때문에 선생님과 친구의 표정을 읽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친구 손을 잡고 호흡을 맞춰가며 율동하는 경험을 해보지 못한 아이들의 미래는 어떠할지에 대해 어른들은 그다지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는다. 가정으로 먹거리 박스를 배송하고 세금으로 학습지 살 돈을 나눠줬으니 이만하면 됐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정부도, 사회도 ‘K방역’을 어느 정도 자랑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다른 나라에 비해 확진자나 사망자 수가 적고 심각한 수준의 셧다운 사례도 없으니 단순히 방역만 놓고 보면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공을 얘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코로나19가 끝난 후 세상을 이끌어갈 다음 세대가 잘 성장했다는 결론이 나야만 진정한 방역 승리를 말할 수 있다.

부디 아이들에게 조금 더 집중하자. ‘비대면’이 마법의 주문이라도 되는 양 온라인 세상에 아이들을 던져 놓은 채 소모적 논쟁만 일삼는 어른들의 행태는 사회적 방임이자 학대다. 다시 말하지만 코로나 19가 끝났을 때 ‘진짜 잘 싸운 나라’로 평가하는 기준은 확진자 수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경제성장률의 높고 낮음이 아니라, 위기 속에서 아이들을 얼마나 제대로 잘 키워 냈는지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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