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은 16일 우리나라와 G5(미국·영국·일본·독일·프랑스)의 산업재해 처벌 관련 법을 분석해 발표했다. 한경연의 결론은 “한국의 경우 별도의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하지 않더라도, 산업재해 발생 시 기업에 대한 처벌 수준이 매우 강력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한경연이 비교 대상으로 삼은 법은 우리나라는 산업안전보건법이고 △미국 산업안전보건법(OSH Act of 1970) △영국 산업안전보건법(Health and Safety at Work Act 1974) △일본 노동안전위생법 △독일 산업안전보건법(ArbSchG) △프랑스 노동법(Code du travail) 제4부다.
한경연에 따르면 한국의 기존 산안법 상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으로 근로자가 사망할 경우, 사업주에게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근로자 사망이 5년 이내에 반복해 발생할 경우 형량의 50%를 가중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7,000달러 이하 벌금을 물었고, 독일은 5,000유로 이하 벌금, 프랑스는 1만유로 이하 벌금을 부과했다. 위반 사항에 대한 벌금만 부과하는 식인 셈이다.
일본의 경우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50만엔 이하 벌금, 영국은 2년 이하 금고 또는 상한이 없는 벌금이었다. 징역형이 있긴 하지만 수준이 한국보다 크게 낮았다는 것이 한경연 분석이다.
아울러 산안법 이외 별도 제정법으로 산업재해시 기업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는 국가는 영국인데, 한국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Corporate Manslaughter and Corporate Homicide Act)보다 처벌 규정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과도하다고 한경연은 주장했다. 입법이 추진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의무 처벌대상의 범위가 사업주, 대표이사뿐만 아니라 이사 및 의사결정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로,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것이다. 유해 위험방지의무 내용도 ‘생명·신체의 안전 또는 보건상의 위해를 입지 않도록’ 되어 있는 등 모호하고 광범위해 기업이 의무의 범위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경우 기업과실치사법은 최고경영진의 중대한 과실이 산업재해 발생의 실질적 원인으로 작용해야만 처벌이 가능하도록 처벌요건을 엄격하고 제한하고 있다. 아울러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이나 상해 사고 모두에 대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법인을 처벌하지만 영국은 사망에 한해서 법인을 처벌한다.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왔다. 영국이나 호주, 캐나다가 산업재해 기업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했는데, 예방 효과는 뚜렷하지 않았다. 영국이 근로자 10만명 당 산업재해 사망자 수가 기업과실치사법 시행 직후인 2009년 0.5명으로, 시행 직전인 2006년 0.7명보다 감소했지만, 2011년부터는 다시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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