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9년 결혼해 국민임대주택에 입주한 A씨 부부. 무직이었던 부인 A씨는 최근 한 중소기업에 취업 기회를 얻게 됐지만 입사할지 고민 중이다. 올해 국민임대 재계약을 해야하는 데 본인이 맞벌이를 하게 되면 가구 소득이 크게 늘어 퇴거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A씨는 “달라진 소득기준 탓에 어차피 퇴거는 불가피할 것 같다”며 “주변 전셋값이 너무 올라 마땅히 이사 갈 곳을 찾기도 어렵다. 열심히 일하니 오히려 살 곳 구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공공임대 확대 정책에도 불구하고 임대주택 입주민들의 주거 안정성은 여전히 위태롭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핵심은 현실과 동떨어진 쥐꼬리 소득기준 등의 이유로 공공임대에서 생활 여건을 향상시켜 가면서 수 년 간 안정적으로 거주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2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는 데 이 과정에서 소득 기준 등이 초과 되면 원칙적으로 퇴거 대상이 된다.
◇ 소득 기준 완화, 언 발의 오줌 누기 =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1~2인 가구의 공공임대주택 소득기준을 개선(1인 가구 20%포인트, 2인가구 10%포인트 상향)하는 ‘공공주택특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이달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3월부터 1·2인 가구가 ‘3인 이하 가구’ 가 아닌 개별 소득기준을 적용받게 되면서 경제활동을 하는 1~2인 가구의 공공임대 입주 가능성이 크게 낮아지자 소득기준을 일부 완화한 것이다.
바뀔 규정을 감안해도 공공임대 입주를 위한 소득기준은 1인 가구 월 185만원, 2인 가구 306만원 수준이다. 행복주택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1인 가구는 월 211만원, 2인 가구는 437만원(맞벌이시 525만원)이다. 최저시급으로 주 40시간을 근무할 경우 182만원을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 최저임금을 가까스로 넘는 정도여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들 임대주택은 2년 단위로 재걔약을 한다. 문제는 재계약 시점에 소득 기준을 초과하면 원칙적으로 퇴거해야 된다는 점이다. 공공임대에 사는 동안 월급이 오르거나 더 높은 임금을 받는 직장으로 옮길 경우 순식간에 퇴거 대상이 되는 셈이다.
◇ 임대주택, 주거사다리 아니다 = 특히 기존에 3인 이하 소득기준을 적용받던 1, 2인 가구가 대거 기준 초과 상태가 되면서 올해부터 퇴거 대상이 되는 가구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퇴거 대상이 될 경우 최대 2회 계약 연장이 가능하지만 이 역시 사정별로 천자만별이다. 한마디로 계속 살기 위해서는 월급이나 자산 가치가 오르지 않아야 된다.
예를 들어 1인 가구였다가 2인 맞벌이 가구가 될 경우 소득기준 초과비율이 50%를 넘게되면 1회밖에 재계약을 할 수 없고, 그나마도 보증금·임대료에 40% 할증이 붙는다. 할증이 붙게 되면 임대주택에 사는 메리트가 줄어든다. 아울러 퇴거 대상이 될 경우 주변 전세금이 너무 올라 옮겨갈 곳 조차 마련하기 쉽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경기도 동탄 행복주택 방문 현장에서 “굳이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공공임대주택으로도 충분히 좋은 주택으로 발전해 갈 수 있는 ‘주거 사다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공공임대에 살면서 소득과 재산을 늘려 나갈 수 있다는 말과 달리 열심히 살수록 주거 불안 위험에 노출되는 셈이다. 심지어 재산과 차량 등 자산조건도 미충족할 경우 퇴거 사유가 되기 때문에 재산을 늘려 나가는 것도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민간 시장을 외면하고 지나치게 공공의 역할에만 집중하려 하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공임대 정책은 주거 취약계층에 집중하고, 각종 규제를 풀어 민간 시장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주거 안정을 위한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저렴한 가격의 공공임대주택을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제공할 수 없다"며 "규제를 풀어 시장의 수급 문제를 해소하고 민간시장에서 수요를 흡수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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