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법정 구속으로 삼성그룹 경영이 시계(視界) 제로 상태에 들어가면서 정부의 3대 신산업 육성 정책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경영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바이오·배터리·전장(자동차 전자장비) 등에 대한 투자와 기업 인수합병(M&A)이 불투명해지면서 우리 정부의 3대 신산업 정책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총 시가총액 중 삼성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이 38%에 달하고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 가운데 삼성그룹의 비중이 28%인 점을 감안하면 삼성그룹 경영 공백에 따른 정부의 신산업 전략 차질은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3대 신산업을 거론하며 반도체와 미래차·바이오헬스를 꼽았다. 삼성그룹이 초격차 전략을 앞세워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분야다.
특히 3대 신산업은 기업과 정부가 긴 호흡으로 합심하면서 대규모 선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분야다. 반도체는 첨단 생산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한 대 값이 1,5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라인 하나를 추가하는데도 수조 원이 들어간다. 글로벌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올해 30조 원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다.
미국과 중국·일본 등 선진국들이 군침을 흘리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도 공장 증설과 기술 투자에 연간 수십조 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신약 파이프라인을 만들어내야 하는 바이오 또한 ‘쩐의 전쟁’이 곧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조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영계가 이 부회장의 법정 구속에 대해 “장기간의 리더십 부재는 신사업 진출과 빠른 의사 결정을 지연시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한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실제 이 부회장이 지난 2017년 2월부터 옥중 경영을 했던 353일간 삼성그룹 전 계열사에서 진행된 투자를 살펴보면 대규모 투자는 거의 없었다. 기존 시설 개보수나 구속되기 전에 투자를 결정한 사례가 대부분이다. 최근 3년간 삼성그룹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10조 원 이상의 투자 계획은 모두 이 부회장이 출소한 후인 2018년 2월부터 본격화됐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제시한 미래 신산업 발전은 기업과의 적극적인 협력 아래 가능한 것”이라며 “삼성의 경영 공백으로 정부가 청사진을 제시한 시스템반도체·바이오·미래차의 성장 동력도 탄력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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