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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반도체 1위' 국가 십년대계, 삼성 경영공백에 가물가물

◆흔들리는 정부 신산업 전략

"반도체 공장 하나 짓는데 20조…총수 결단 없인 결정 못해"

헝가리 배터리 공장 증설·첨단기업 인수도 사실상 제동

삼바 대외 신인도 하락…1조 외부 자금 조달 계획도 차질

19일 서울 서초구 삼성 사옥에 태극기와 삼성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법정 구속으로 삼성그룹의 대규모 투자가 불투명해지면서 정부의 신성장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연합뉴스






"'반도체 비전 2030' 등 그룹 차원에서 약속한 투자의 방향이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 속도과 효율성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1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정 구속된 이후 본지가 접촉한 재계 고위 인사들은 이 같이 말하며 삼성의 미래에 우려를 표했다.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서부터 차세대 디스플레이 생태계 육성, 인공지능(AI)·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신성장 동력에 대한 발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국가대표를 자처하던 삼성은 지금, 총감독 없이 경기에 임해야 하는 상태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부재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분야는 바로 시스템 반도체다. 종합반도체기업(IDM)인 삼성전자도 대만의 TSMC나 미국 인텔 등에 치여 쉽게 1위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분야기도 하다. 인공지능(AI)이나 전기차,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분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은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1년여만에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내놓으며 성장 드라이브를 걸었다. 투자금액은 133조원으로, 파운드리나 이미지센서 등 삼성전자가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이 맞춰진 계획이었다. 당시 신산업 발굴에 공을 들여온 문재인 정부도 이 같은 삼성의 결심에 힘을 보탰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경기도 화성의 삼성전자 사업장을 방문해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1위를 유지하는 한편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분야 세계 1위, 팹리스(설계전문) 분야 시장점유율 10%를 달성해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며 시스템 반도체의 발전을 한국 경제의 희망으로 꼽았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풀려날 때까지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 안팎에서는 사장단 긴급 회의 개최에 대한 필요성마저 언급되는 '비상'상황이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전자의 강력한 라이벌인 대만 TSMC는 280억달러(약 31조원) 초대형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는 지난해(172억달러)보다 63%가량 늘어난 규모로, 역대 최고액이다. 반도체 업계는 TSMC가 추격자로 나선 삼성전자를 따돌리고 1위 자리를 공고히 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한다. 물론 삼성전자도 올해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타고 사상 최대 규모의 시설투자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징역형 실형을 선고받으며 이 같은 계획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우리나라는 시스템반도체 1위를 달성하기 위해선 대만의 TSMC를 쫓아가야 하는 입장”이라며 “그만큼 더 과감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으로, 타이밍을 놓쳐선 안된다”고 짚었다. 안 상무는 “반도체 공장을 하나 짓기 위해선 20조원에 달하는 금액이 들어가는데, 그룹의 최고 결정권자의 결단 없이는 어려운 일”이라며 “(이 부회장의 실형으로)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가 무너진 만큼 투자 결정이 지연되는 등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현재



TSMC의 글로벌 점유율은 54%에 달하며 2위 한국(17%)과는 격차가 크다.

3대 신산업 중 하나인 미래차 산업에 대한 신규 투자도 불투명하다. 주요 전기차 제조사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삼성SDI는 현재 운영 중인 헝가리 1공장을 2017년 준공한 이래, 증설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경쟁사인 LG화학이나 SK이노베이션이 빅 바이어가 몰려있는 미국이나 인도네시아에 대규모 공장을 증설하며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헝가리 제2 공장 등 증설 투자에 대한 최종결정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삼성 SDI의 공식 입장이다. 또한 2016년 전장사업을 펼치는 하만을 삼성전자가 인수한 이후에 이렇다할 M&A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미래차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기업인 NXP를 인수할 수 있다고 보지만 총수 부재시기에 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뛰어든 바이오헬스 분야에 대한 투자도 시계제로인 것은 마찬가지다. 이 부회장의 집행유예 기간이었던 지난해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단일공장을 기준으로 세계 최대 생산규모인 제4공장 건설에 돌입했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삼성물산과의 합병과정에서 불거진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로, 법인과 그룹 총수의 사법리스크에 따른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1조원 가량의 외부 자금 조달도 어려울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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