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시연금 가입자들이 생명보험사를 상대로 낸 공동소송에서 또 다시 승소하면서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이른바 생보사 빅3의 판결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4단독 재판부는 동양생명 즉시연금 가입자 12명이 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미지급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고 원고에게 미지급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즉시연금 공동소송에서 가입자가 승소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에게는 원고 승소 판결이 내려졌고, 현재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KB생명의 판결이 남아있다. 앞서 미래에셋생명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두 판결이 남은 소송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생명의 약관의 경우 미래에셋생명의 내용과 유사하고 삼성생명의 약관의 경우 동양생명의 약관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판결이 다른 소송들의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앞서 지난 2018년 금융소비자연맹은 생보사들이 즉시연금 가입자들에게 보험금을 임의로 덜 지급했다며 가입자들을 모아 공동소송을 진행했다. 연맹과 가입자들은 보험사가 약관에 내용을 명시하지 않고 가입자에게 제대로 알리지도 않은 채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하고 연금 월액을 산정했다면서 공제한 부분에 대해 보험사가 반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생보사들에 보험금을 더 지급하라고 권고했지만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KB생명 등은 이를 거부했다.
금감원이 2018년에 파악한 즉시연금 미지급 분쟁 규모는 16만명에 8,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삼성생명이 5만5,000명에 4,300억원으로 가장 많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각각 850억 원과 700억 원으로 파악됐다. 당시 금감원은 전체 미지급금 규모를 1조원으로 전망했다.
즉시연금 소송전이 매듭을 짓기까지는 더 오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재판 일정이 지연되는데다 보험사들이 항소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18년 금소연이 주도한 공동소송에는 가입자 100여명이 참여했으나 재판 일정이 계속 지연되며 일부 가입자는 소송을 포기했다.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소비자에게는 소멸시효가 도래하며 미지급액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고 연맹은 설명했다. 연맹은 “보험사들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미지급연금을 자발적으로 지급하길 바란다”며 “소수 소송 참여자에 한정된 배상, 소멸시효 완성 같은 꼼수가 통하지 않게끔 하루빨리 집단소송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미래에셋생명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동양생명은 판결 내용을 검토한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지윤 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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