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올해 북한의 경제계획 수립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하고 당 경제부장을 한 달 만에 교체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2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가 2월 8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됐다"며 "(김정은 총비서가) 여러 부문의 사업을 신랄히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총비서는 보고에서 "내각에서 작성한 올해 인민 경제계획이 그전보다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며 "내각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으며 성에서 기안한 숫자를 기계적으로 종합하다 보니 어떤 계획은 현실 가능성도 없이 높여놓고 어떤 부문에서는 반드시 해야 할 것도 계획을 낮추는 폐단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부문별로는 농업에서 영농자재 보장이 어려운 상황에도 알곡 생산목표를 주관적으로 높였다며 "관료주의와 허풍"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꼬집었다.
김 총비서는 또 전력 부문과 관련해 "탄광·광산에서도 전기가 보장되지 않아 생산이 중지되는 애로가 존재한다"고 이례적으로 전력난을 인정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올해 전력생산계획이 기존 보다 낮은 것을 문제 삼기도 했다.
또 건설 부문에서 평양 살림집 건설 계획을 낮춘 것을 두고 "보신과 패배주의의 씨앗"이라며 "올해 평양시에 1만세대 살림집을 무조건 건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총비서는 아울러 국가 차원에서 자재 보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각자도생식으로 자력갱생을 추진하는 문제도 지적했다. 최고 지도자의 경제 문제 비판 속에 당 경제부장은 한 달 만에 교체됐다. 이번 전원회의 보선에서는 지난달 임명된 김두일을 경질하고 오수용 당 비서가 경제부장을 맡게 됐다.
이에 따라 김정은 정권 아래서 수년간 경제부장을 지내다가 최근 군수산업을 총괄하는 제2경제위원장을 맡았던 경제통인 오수용 당 비서가 다시 복귀하게 됐다.
김 총비서는 내각과 국가경제지도기관의 기능 회복도 주문했다. 그는 "지금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내각과 국가경제지도기관이 고유한 경제 조직자적 기능과 통제 기능을 복원하는 것"이라며 "권한 타발, 조건 타발만 하며 속수무책으로 앉아있던 낡은 타성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당 중앙위원회 구호집 수정과 노동당규약 해설 심의, 보선 등이 이뤄졌다. 리선권 외무상이 당 정치국 위원으로 보선됐다.
'냉면 발언'으로 유명한 리 외무상은 지난해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소환됐다는 추정이 나왔지만, 지난달 당대회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이번에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했다.
김성남 당 국제부장은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보선됐다. 김성남은 김일성·김정일 통역사 출신으로 북한 내 대표적인 중국통으로 꼽힌다.
한편 김동일·김영남·김철수가 당중앙위원회 후보위원에서 위원으로 올라섰고, 홍혁철·리경호·최영진·룡군철·정서철이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으로 보선됐다.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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