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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남 KIC 사장 "부서별로 분산됐던 KIC 투자전략 일원화, 글로벌 톱 수익률 결실" [서경이 만난 사람]

과감한 성과급제 도입 등 절대수익 추구하는 조직문화 정착 노력

지난해 수익률 13.7%…세계 최대 국부펀드 노르웨이연기금 추월

ESG펀드 연내 8억弗로 2배 증액…부동산 투자비중은 축소 고민

3일 서울 중구 한국투자공사(KIC)에서 최희남 사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성형주기자




한국투자공사(KIC)는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200조 원 넘는 자금을 굴리는 ‘큰손’이지만 국내에서는 존재감이 크지 않은 편이다. 운용 자산 800조 원의 국민연금과 비교해 덩치가 작기도 하지만 국내시장에 투자하지도 않고 무엇보다 정부와 한국은행 자산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탓에 ‘내 돈’을 굴리는 곳이라는 인식이 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KIC의 성적표를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KIC는 지난해 투자 수익 218억 달러(약 23조 7,000억 원)를 올려 연간 수익률 13.71%를 기록했다. 이는 10% 내외일 것으로 추정되는 국민연금 수익률이나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정부연기금(NBIM·10.9%)을 크게 앞지르는 수치다. 투자 수익 23조 7,000억 원은 국내 1등 기업인 삼성전자의 법인세 납부액 13조 2,000억 원(2019년 기준)보다 2배 가까이 많은 금액이다. KIC의 운용 수익이 늘면 그만큼 국부(國富)가 불어 유사시 위기 대응 능력도 커지게 된다. KIC가 글로벌 최전선에서 일종의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14일 서울 중구 KIC 본사에서 만난 최희남 KIC 사장은 “지난 2018년 처음 취임했을 때만 해도 내부에서 ‘우리가 G마켓이냐’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각자 자기 부서 장사(수익률)만 챙기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과감한 성과급제를 도입하는 한편 조직 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를 확대해 관련 펀드 규모를 2배로 늘리고 무기·석탄·담배·마리화나 등의 매출이 높은 기업에 대해서는 아예 투자를 중단하는 ‘투자배제기업’ 리스트도 선정한다는 게 최 사장의 구상이다. 그의 임기는 오는 3월까지지만 재임 기간 중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KIC 설립 이후 처음으로 연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대담=김현수 경제부장 hskim@sedaily.com

KIC가 내로라하는 국내외 연기금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최 사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좋았던 게 근본적인 원인”이라면서도 “취임 이후 일하는 문화를 바꿔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조직으로 체질을 바꾼 게 또 다른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KIC와 같은 연기금들은 자산 배분 원칙에 따라 운용 자산을 주식, 채권, 대체 투자 자산, 현금·원자재 등에 나눠 투자한다. 자금 쏠림을 막아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한 전략이다. 문제는 이런 자산들을 부서별로 나눠 맡으면서 조직 내부에 칸막이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는 “2018년 취임을 해보니 직원들이 자기 부서 수익률에만 신경을 쓰고 그마저도 벤치마크 대비 얼마나 더 상대 수익을 낼 수 있느냐에만 관심을 쏟는 분위기였다”며 “필요하다면 자산 배분 비중도 바꾸고 부서끼리 전략을 공유해 절대적인 국부를 늘릴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을 확대한 게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주식 종목 선정에서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쳤다. 과거 KIC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 편입된 주식을 모두 보유해 운용했다. 하지만 최 사장은 이 같은 소극적 전략으로는 시장을 이겨내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그는 “KIC 내부에 주식 운용 인력이 20여 명에 불과한데 MSCI 편입 2,000개 종목을 모두 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우리가 50여 개 종목만 직접 선정해 2~3년 이상 장기 투자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꾸고 종목별 심층 분석에 나서자 결과적으로 주식 수익률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KIC의 주식 수익률은 19.16%에 달했고 운용 벤치마크 대비 초과 수익률도 사상 최대인 2.61%포인트를 기록했다. 가장 ‘효자’ 종목이 무엇이었느냐고 묻자 최 사장은 “개인 투자자들이 모두 아는 ‘테크 자이언트’ 기업들을 KIC도 보유하고 있다”며 “다만 테슬라에는 투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3일 서울 중구 한국투자공사(KIC)에서 최희남 사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성형주기자




올해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대체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최 사장은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재닛 옐런 미 재무 장관이 모두 당분간 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고 백신 보급에 따른 경기회복도 긍정적인 상황으로 보인다”며 “유동성 확대 기조에 경기회복 추세가 더해지면 개별 종목의 주가는 오를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대체 투자 분야에서는 쇼핑몰·상가 등의 투자 비중을 낮추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사모주식이나 부동산·인프라 자산 등에 출자하는 대체 투자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국내외 주요 연기금들이 투자 비중을 높여가는 추세다. KIC도 대체 투자 비중을 20%까지 높이는 게 중기 목표다.

최 사장은 “지난해 주식·채권 같은 전통 자산의 수익률이 워낙 좋았던 반면 대체 투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일부 자산에서 손실을 냈다”며 “그동안 부동산 투자 대부분을 상가·호텔·쇼핑몰·물류센터 등에 집중했는데 그나마 물류센터는 사정이 낫지만 나머지 부동산 자산들은 코로나19 이후 예전처럼 회복이 이뤄질지 의문이 있어 비중을 줄여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KIC는 기본적으로 국부펀드라 유사시에 현금화할 수 있도록 자산 유동화 비율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싱가포르 테마섹 같은 연기금과는 다소 성격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올해 KIC의 또 다른 목표는 ESG 투자 확대다. 전 세계적으로 이른바 ‘착한 투자’가 확산하면서 전 세계 ESG 펀드 투자 규모는 5년 전 60억 달러 수준에서 올해 1,000억 달러까지 커졌다. KIC도 앞으로 모든 투자 검토 단계에서 ESG 원칙을 적용할 계획이다. 최 사장은 “현재 4억 달러인 ESG 펀드를 올해 안에 8억 달러로 늘리고 투자 단계에서 신용 등급을 검토할 때 ESG 등급(rating)도 함께 감안하겠다”고 말했다. 또 올 상반기 중 투자배제기업을 선정해 석탄 발전이나 무기·마리화나 등에서 매출을 올리는 기업은 원천적으로 투자를 금지할 방침이다.

효과적인 ESG 투자를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도 강화할 계획이다. 기후변화 목표 달성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설립된 국부펀드협의체인 OPSWF(One Planet SWFs)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한편 KIC가 매년 개최해온 ‘KIC ESG 데이’의 참여 대상을 국내외 기관투자가로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책임 투자 동향을 공유하고 ESG 투자 기회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또 KIC가 실시하는 ESG 리서치도 외부에 공개해 착한 투자 확대에 힘쓸 예정이다.

최 사장은 “글로벌 100대 연기금 중 지속 가능 투자 보고서를 발간하는 기관은 총 35개이고 국내에서는 KIC가 유일하다”며 “ESG 투자가 국내에서도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스튜어드십 코드 실행에도 더욱 힘쓸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연기금이 고(高)수익을 내려면 단순히 유망 사업에 투자하는 선에 그쳐서는 안 되고 사회적 책임도 다 할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최 사장의 구상이다.

HE IS

△1960년 서울 △배문고 △한양대 경제학 △행시 29회 △2009년 기획재정부 G20기획단장 △2011년 IMF 대리이사 △2012년 기재부 국제금융협력국장 △2013년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국장 △2014년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 △2016년 세계은행 상임이사 △2016년 IMF 상임이사 △2018년~ KIC 사장 △2020년~ 외교부 국제금융협력대사

/세종=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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