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장기화되며 소비지출이 두 분기 연속 감소했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줄어들며 평균 소비 성향도 떨어졌다. 국민들이 지갑을 좀처럼 열지 않고 있는 셈이다.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4분기 가계 동향 조사에 따르면 가계지출은 389만 2,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했다. 소비지출은 290만 7,000원으로 0.1% 줄었고 비소비지출은 98만 6,000원으로 0.3% 축소됐다. 소비지출은 지난해 2분기 재난지원금 효과로 플러스로 돌아선 후 3분기(-1.4%)에 이어 두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비소비지출은 네 분기 연속 줄었다.
방역 조치로 음식·숙박(-11.3%), 의류·신발(-9.2%), 오락·문화(-18.7%), 교육(-15.2%) 등 대면 서비스업 분야의 씀씀이가 크게 줄었다. 외식 및 주점 등 식사비 지출(35만 1,000원)이 11.2% 감소했고 숙박비 지출(9,000원)은 15.8% 줄었다. 직물 및 외의, 신발 지출은 각각 11.2%, 1.6% 감소하면서 의류·신발에 17만 8,000원을 썼다.
반면 ‘집콕’ 문화가 확산되는 가운데 육류·채소 등의 가격 인상 및 소비 증가로 육류(30.5%), 신선 수산 동물(28.7%), 채소 및 채소 가공품(20.5%) 등에서 지출이 많아졌다. 식료품·비주류 음료 지출은 47만 7,000원으로 16.9% 증가했고 가정용품·가사 서비스 지출은 15.6% 늘어난 15만 9,000원으로 나타났다. 어려운 경기 탓에 주류는 22.2%, 담배는 5.8% 증가해 주류·담배 지출은 1년 전보다 12.5% 늘어난 4만 원에 달했다. 월세 등 주거비와 주택 수리비, 연료비 등이 늘어 주거·수도·광열 지출은 5.5% 증가했다.
가구당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이자 비용(-4.7%), 경조사비 등 가구 간 이전 지출(-4.0%), 현금 등 비영리단체로 이전 지출(-16.1%) 모두 감소했다. 대신 소득세·재산세 등 경상적 소득에 부과되는 경상 조세(4.4%), 연금 기여금(5.0%), 사회보험료(7.9%)는 늘었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은 417만 5,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고 소비지출이 줄어든 탓에 평균 소비 성향(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69.6%로 1.7%포인트 하락했다. 100만 원을 벌면 69만 6,000원을 쓴다는 의미로 4분기 기준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가계 흑자액은 126만 9,000원으로 8.2% 증가했고 흑자율은 30.4%로 1.7%포인트 상승했다. 소비가 줄어 흑자가 커진 이른바 ‘불황형 흑자’다.
/세종=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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