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발행 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그간 단기 자금을 조달하던 많은 기업들이 만기가 긴 사채로 속속 갈아타고 있습니다. 특히 개인(리테일)과 하이일드 펀드 수요를 기반으로 BBB급 회사채도 완판되고 있지요. 공급 대비 수요가 늘어나면서 발행 물량을 꼭 받겠다는 투자자들이 금리를 낮게 써내면서 발행 금리도 낮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분위기에도 단기자금 조달을 이어가는 회사도 있습니다. 대한해운(005880)은 전날 만기가 돌아온 3개월물 50억 원 기업어음(CP) 중 20억 원을 차환 발행했습니다. 단기자금시장의 금리가 1%까지 떨어지면서 이자율을 기존 4.6%에서 4.3%로 30bp(1bp=0.01%) 낮추기는 했지만 그래도 과도한 수준입니다. 같은 신용도의 한진칼이 최근 2년물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약 3.2%(증액 발행 전 기준) 금리를 예정한 것과 비교하면 실감이 나지요.
지난해 4분기 예상보다 줄어든 영업이익과 열악한 재무 상황이 부담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최근 해양운송수지가 흑자를 이어가면서 해운사들의 실적에도 초록불이 켜졌지만 대한해운의 경우 장기운송계약이 약 90%로 많아 업황 개선 수혜를 크게 보지 못했습니다. 회사는 보유 선박 중 45% 가량을 벌크선으로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 벌크선 운임 기준이 되는 발틱운임지수(BDI)는 1월 최고점(1,856)을 경신한 이후 하락세로 전환해 한 달 만에 약 30% 떨어졌습니다.
대한해운의 재무구조는 대부분 외부조달에 의존하는 현금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장기운송계약을 늘리며 영업현금보다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탓입니다. 회사의 순차입금비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234.2%를 기록했습니다. 증권가는 회사의 지난해 당기순익을 전년 대비 82.2% 줄어든 180억 원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매출액 대비 순이익 비율을 나타내는 순이익률도 2%로 2019년 10% 대비 5배나 줄었습니다.
선박금융 중도금이나 잔금 지급 등 지속적인 채무 부담도 남아 있습니다. 대한해운이 올해 갚아야하는 차입금은 약 1,766억원입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회사가 보유한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약 803억원에 불과합니다. 보유한 선박 대부분과 유형자산, 투자부동산을 차입금 담보로 제공하고 있는 만큼 만기 연장이나 차환이 어렵지는 않겠지만 채무 부담이 계속 늘어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시장에서 예상하는 것처럼 올해 금리 인상까지 단행될 경우 금융비용 부담도 크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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