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투자 비중 축소 전략을 재검토하게 된 배경은 달라진 코스피시장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8년 중기 자산 배분 계획에서 오는 2023년까지 국내 주식은 15%까지 투자 비중을 낮추고 해외 주식은 30%까지 높이도록 했다.
이는 전체 운용 자산이 849조 원에 달하는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에 쏠려 있으면 수익률과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른 분산 조치였다. 국민연금이 2040년부터는 자산이 줄면서 국내 주식을 팔아 연금을 지급하는 상황을 대비한 것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올해 말까지 국민연금은 운용 자산의 16.8%(142조 1,000억 원)만 국내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
다만 운용 과정에 유연성을 주기 위해 목표 비중보다 5%포인트는 넘거나 모자랄 수 있게 허용했다. 지난해 국내 주식 비중 목표는 17.3%였는데 실제 연말 비율은 21.2%로 3.9%포인트 초과했다. 지난해 3~4월 코스피 하락 장세에는 국민연금이 목표치보다 높게 국내 주식을 사들이면서 시장 안전판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코스피는 주가 지수가 일정 한도 이내에서 지지부진하던 박스피에서 상승 후 급락보다는 안정적인 상황이 이어졌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의 기계적인 매도 전략이 맞느냐는 반론이 커지고 있다. 오히려 큰손 국민연금은 46거래일 연속 14조 원가량을 팔아 치우며 시장을 출렁이게 했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 내부에서도 투자 전략 수정에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지만 방법으로는 전면 개편과 부분 수정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린다.
국민연금 투자 정책을 담당하는 투자정책전문위원회는 위원장을 중심으로 전면 개편에 무게를 싣고 있다. 최근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국민연금을 ‘연팔이(연기금이 팔다)’로 부르며 규탄 시위를 벌이는 상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복수의 위원들은 “국민연금은 개인투자자의 수익률을 위한 기관이 아니라 전체 국민의 노후 자산을 장기적으로 굴리기 위한 곳”이라면서 “당장 국내 주식 매도량을 줄이기 위해 미세 조정을 하는 선례를 남기기보다는 근본적으로 투자 전략을 재검토하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경우 전체 운용 자산 중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는 만큼 해외 주식이나 채권, 인프라와 부동산 등 다른 자산의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 국내 주식을 늘린 만큼 해외 주식 자산 비중을 줄이면 판 금액을 국내에 반입하면서 외환시장이 출렁일 수 있기 때문에 현지에서 투자 대상을 찾아야 한다.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국내 주식 매도 목표치 초과 범위를 넓혀서 유연성을 주자는 대안이 거론된다. 자산 운용 업계의 한 관계자는 5일 “일단 국내 주식 목표치 초과 범위를 넓혀놓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시장 변동에 따라 활용하도록 자율성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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