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점 업체의 잘못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경우 네이버, 쿠팡, 11번가, 배달의 민족 같은 플랫폼 사업자도 향후 일정 부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령 오픈마켓에서 물건을 산 뒤 하자가 있어 환불을 신청했는데 환불금을 받지 못할 경우 소비자가 입점 업체나 온라인 플랫폼 중 한 곳에 분쟁조정을 신청하거나 손해 보상 소송을 걸 수 있게 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인터넷 기업이나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디지털 경제의 특성과 산업의 트렌드, 소비자 편익을 외면한 것”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다음 달 14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디지털 경제 발전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거래 증가가 겹치며 온라인 거래와 소피자 피해가 동시에 늘어나는 추세”라며 “이번 법안은 소비자 피해 방지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소비자 피해 발생 시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의 책임을 한층 강화한 점이다. 현행법에선 온라인 플랫폼이 중개사업자라는 사실만 고지하면 대부분 소비자 피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반면 이번 개정안은 플랫폼이 결제·대금 수령·환불 등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고의나 과실로 소비자에 손해를 끼칠 경우 입점 업체와 함께 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다. 적용대상은 포털 업체, 쿠팡·11번가와 같은 오픈마켓, 배달의민족과 같은 배달 애플리케이션, 당근마켓 같은 개인 간(C2C) 플랫폼 등 온라인 플랫폼들이다.
하지만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이날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플랫폼에 연대 책임을 부담하게 할 경우 플랫폼 입장에서는 사업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신규 입점 업체의 문턱을 높이거나 이미 검증된 입점 업체와의 거래를 강화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스타트업 규모의 입점 업체가 중개 플랫폼을 통한 시장 진입 자체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 등 개인 간(C2C)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거래에서 판매자와 연락이 닿지 않거나 환불을 해주지 않는 등 분쟁이 발생할 경우 소비자가 소송을 제기하면 플랫폼 사업자가 판매자의 신원정보(실명·전화번호·주소)를 알리도록 한 점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이들은 “개인 판매자의 신원 정보 제공을 의무화하는 것은 2,000만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공개하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타인의 ‘신원정보’는 거래 종료 후 자동으로 파기되지 않아 이용자들의 신변이 위협받는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개정안이 내용적·절차적 정당성을 모두 확보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공정위는 이날 개정안을 준비하며 총 21회의 이해관계자 간담회를 통해 폭넓게 의견수렴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기협과 코스포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공정위는 이해관계자 간담회 과정에서 단 한 번도 개정안을 공개하지 않고 주요 골자만, 그것도 업계의 비판적 의견이 제기될 골자는 제외한 상태에서 횟수 늘리기와 보여주기식 ‘요식행위’만 종용했다”며 “이러한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는 업계뿐만 아니라, 소비자단체와 학계 전문가에게도 마찬가지였다”고 지적했다.
/백주원 기자·세종=양철민 기자 jwpai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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