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안산 장상지구’가 위치한 상록구 장상동·장하동·부곡동·양상동·수암동 토지 거래는 지난 2019년 초 들어 급증했다. 2017년 해당 지역 내 토지 거래는 총 253건에 그쳤다. 하지만 2018년 410건으로 급증한 데 이어 지구 지정 전인 2019년 1월부터 5월까지는 394건에 달했다. 이곳 외에도 여러 곳의 중소·중규모 택지에서 투기로 의심되는 거래가 다수 포착됐다.
9일 서울경제가 문재인 정부 때 지정된 중소 및 중규모 택지 18곳의 거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구 지정 전에 토지 거래가 늘면서 거액의 뭉칫돈이 유입된 흔적이 다수 발견됐다. 신도시 6곳 위주로 진행되는 정부의 합동조사와 별개로 현재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개발 지역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를 하고 있다. 정부 합동조사도 셀프 조사에 차명 거래가 빠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자체 조사는 조사 방식 등에 대해 정부와 협의 없이 진행되는 조사라 제 식구 봐주기식 행위가 될 가능성이 더 큰 것이 현실이다.
서울경제 조사 결과 앞서 언급한 안산 장상지구뿐만 아니라 2018년 12월 공공 택지 지구로 지정된 시흥 거모지구도 택지로 지정되기 전 거래가 급증했다. 해당 지역 내 토지 거래는 2016년 154건에서 2017년과 2018년 각각 204건, 209건으로 늘어났다. 특히 2016년 43.7%에 그치던 지분 거래 비중은 2017년 53.9%, 2018년 67%로 급증했다. 2019년 4월 수원 당수2지구 내 토지 780.15㎡가 7억 8,000만 원에 거래됐다. 비슷한 시기에 해당 지구 내 1,174㎡의 토지도 8억 5,200만 원에 손바뀜됐다. 해당 지구는 2019년 5월 7일 고양 창릉, 부천 대장 신도시와 함께 공공 택지로 지정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도로가 없는 맹지 거래가 급증했다는 점이다. 2017년 단 57건에 그친 안산 장상지구 일대 맹지 거래는 2018년 187건, 2019년 1~5월 274건으로 급증했다. 시흥 거모지구 또한 지구로 지정된 2018년 맹지 거래가 92건에 달했지만 2017년과 2016년에는 59건, 28건에 그쳤다. 일반적으로 도로에 접하지 않은 땅인 맹지는 접근성이 떨어져 투자 가치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해당 토지를 매입한 사람들이 택지 지구 개발 정보를 미리 알고 투자했으리라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택지 지구 가운데 외곽으로 큰 가치가 없는 곳의 경우 토지 거래가 크게 늘지 않았다.
현재 3기 신도시 위주로 진행되는 정부 합동조사와 별개로 여러 지자체에서 정부 조사에서 빠진 지구를 대상으로 자체 조사를 하고 있다. 문제는 지자체 조사의 경우 정부 조사보다 더 ‘맹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사·공표 방식 등에서 정부 합동조사단과 협의한 사항이 없는 자체 조사 형식이다. 제 식구 봐주기식 및 축소·소극 조사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한편 이번 한국토지주택공사(LH) 비리 사태가 터지면서 국민들은 3기 신도시 철회까지도 요구하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전수조사 대상 지역·인원 등을 확대하고 신뢰할 만한 제 3의 기관에 수사를 맡겨 정책의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번 비리 사태로 인해 깨진 공적 주체 및 정책의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수조사를 바탕으로 특정 지구 지정을 취소할지 예정대로 진행할지를 선택해야 한다”며 “주택 공급은 늦춰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권혁준 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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