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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회복될까 안 될까…금통위원들도 엇갈린 소비 전망

지난달 25일 금통위 회의서 민간소비 두고 의견 엇갈려

"가계 잉여금 늘고 추경도 있는데 민간소비 왜 낮추나"

"가계부채에 주거비 부담도 늘어서 소비하기 힘들다"

백화점에 인파 몰릴 때 식당들은 줄폐업 '소비 양극화'

지난 4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채소 판매대에서 소비자가 대파를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지난해 소비가 위축돼 가계 잉여금이 늘어났고, 올해 가계 소득이 성장률 반등과 함께 증가하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 2%는 다소 낮아 보입니다.”(A금통위원)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이동제한 조치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했고 온라인 소비도 활발했기 때문에 비자발적 저축이 적어 이번에 민간소비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은 적절해 보입니다.”(B금통위원)

지난 16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 금통위원들이 민간소비를 두고 정반대 해석을 내놓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의사록은 지난달 25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 대한 것으로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0.5%로 동결했습니다. 지난해 5월 이후 9개월째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는 만큼 통화정책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의견은 크게 엇갈리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민간소비 전망치를 두고 벌어졌습니다. 한은 조사국은 올해 성장률을 전망하면서 수출·투자가 예상 밖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고용과 민간소비 침체가 이를 상쇄할 것으로 봤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에 발표했던 3.0% 그대로 유지하면서 민간소비 전망치를 3.1%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는데 이를 두고 전혀 다른 반응이 나온 것입니다.

지난달 25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사진제공=한은


조사국이 민간소비 전망을 너무 낮게 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 A금통위원은 늘어난 가계 잉여금이 소비로 이어지지 않겠냐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지난해 소비 위축으로 가계 잉여금이 증가했는데 올해 성장률 반등과 함께 가계소득까지 늘어나면 민간소비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A금통위원은 “수치상으로도 지난해 5%나 감소한 민간소비가 올해 2% 증가에 그친다면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상당 폭 못 미치는 셈”이라고 의아해했습니다.

여기에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추가경정예산안 효과도 보탰습니다. 추경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전망에는 반영되지 않았지만 조사국은 추경 규모가 꽤 큰 점을 고려하면 성장률 상방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사전 개점한 '더현대 서울' 을 찾은 시민들이 개장을 기다리며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반대로 민간소비 증가율을 낮춘 것이 타당하다고 한 B금통위원은 비자발적 저축에 주목했습니다. 미국은 비자발적 저축이 향후 소비급증으로 이어지는 펜트업(pent-up) 수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동제한 조치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했고 온라인 소비도 활발했기 때문에 비자발적 저축 규모가 미국보다 작다는 의견입니다.

이 같은 이유로 우리나라는 억눌렸다가 회복하면서 나타나는 펜트업 수요 여력이 크지 않은데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가계부채 누증, 집값 상승으로 인한 주거비 부담 증가, 소득불균형 심화 등 가계 소비여력을 제약하는 다양한 요인을 지적했습니다. 민간소비 반등세가 예상을 밑돌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소득 및 자산 불균형 이슈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관련 지표를 더 면밀히 점검하고 불균형이 심해지면 소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상반된 의견이 나온 가운데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을 1.1%포인트나 낮춘 한은은 아무래도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전망치가 낮아 보인다는 A금통위원 지적에 한은 관련부서는 “자영업자, 임시일용직 등 취약계층의 고용 및 소득 상황 악화로 소비가 제약될 수 있는데다 수출로 벌어들인 소득이 소비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약화된 점을 고려했다”며 “가계 소득여건 개선이 긍정적일 수 있지만 민간소비 수준이 크게 낮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이전 수준을 빠르게 회복하긴 쉽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3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상점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다./연합뉴스


금통위원들이 이례적으로 의견 대립을 보인 이유는 올해 민간소비 전망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경기 개선 흐름으로 수출과 투자가 이미 회복세에 접어든 상태에서 올해 성장률은 고용과 함께 민간소비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회복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민간소비 회복은 코로나19 확산세 진정과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백신 보급에 따른 집단 면역 형성 시점을 살펴봐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고령층이 아닌 사회 활동이 활발한 20~40대부터 백신을 우선 접종해 경제 활동 정상화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민간소비 증가율보다 눈에 띄는 지점은 소득·자산 불균형에 따른 소비 양극화입니다. 서울 시내 최대 백화점인 ‘더현대 서울’은 개장하자마자 10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린 반면 식당과 카페는 지금 이 순간에도 폐업하는 곳이 쏟아집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지 않은 고소득층은 명품을 사는 등 보복 소비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지만 앞서 한은이 지적했듯 자영업자나 취약계층은 오히려 소득이 줄어들면서 소비 여력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습니다. 명품 등 해외 고가품 소비는 내수 경기 진작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국내 경기 회복을 위한 민간소비 활성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뒷북경제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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