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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못한 '부동산 공권력'…초유의 '감시자'온다 [집슐랭]

<투기대책과 법안서 드러난 부동산 거래분석원>

소득, 거래내역, 금융생활... 모든 정보에 접근가능

입지별, 거래자별 등 원하는 형태로 조사, 분석할 수 있어

지난 3월 29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반부패정책협의회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부동산 감독기구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본격화된 것은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집값 안정을 위해선 투기세력을 잡아야 한다”며 기구 설립을 제안하면서다. 이후 여당 의원발 발의를 통해 '부동산 거래 분석원'이라는 기관 명칭과 대략의 기능이 정해졌다.

다만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퇴임과 함께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던 부동산 감독기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를 계기로 다시 설립에 추진력이 붙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투기를 막기위한 대안으로 '부동산 거래 분석원'의 설립을 추진하고 나서면서다. 오히려 기능은 예전보다 더욱 강화되는 분위기다.



<3·29 투기대책서 드러난 부동산 빅브러더>

실제 지난 29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 대책에서 정부는 투기 방지를 위해 부동산 거래 분석원을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곳곳에 심어놓았다. 이에 따르면 개개인의 주요 부동산 거래 정보가 한 곳으로 모이고, 필요한 추가 자료는 국가 기관, 시중 은행을 가리지 않고 받아볼 수 있다. 심지어 개인의 금융정보를 보는데 당사자의 동의도 필요없다. 이것이 현재 발의된 법안과 정부의 대책에서 엿볼 수 있는 부동산거래분석원의 모습이다. 마치 부동산 시장 한 가운데 감시탑을 세운 팬옵티콘(panopticon)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세부적으로 보자.

우선 정부는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각종 정보가 자동으로 부동산거래분석원으로 모이도록 제도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투기근절 대책에서 일정규모, 이를 테면 1,000㎡ 또는 5억원 이상의 토지 취득 시에 지방자치단체에 자금조달계획서 제출하도록 하면서 동시에 부동산거래분석원 통보하도록 하는 규정을 만든다. 이는 관련 법안에는 없던 내용이다. 이뿐 아니라 금융기관이 토지담보대출을 할 때 투기의심거래라고 판단이 되면 이를 부동산 거래분석원에 통보하도록 제도화하겠다는 내용도 이번에 새로 담았다.

앞서 발의된 법안에 따르면 부동산거래질서교란행위 신고센터 역시 부동산거래분석원 산하로 자리를 옮길 전망이다. 국토부는 지난달부터 부동산원에 부동산거래질서 교란행위 신고센터를 설치했지만 법안이 통과하면 신고센터는 부동산거래분석원 산하로 자리를 옮긴다. 신고센터는 투기제보를 상시 접수받는 기능을 갖추고 허위매물이나 허위호가 등 공인중개사법 위반행위를 접수받는 곳이다. 결국 부동산거래분석원은 거래 당사자는 물론, 제3자, 금융기관에서 자동으로 정보를 받아 쌓을 수 있는 구조다.

사진 설명




<현실화 된 부동산 경찰국가>

부동산원의 막강한 권한은 자체 정보 뿐 아니라 타 기관에 있는 국내의 모든 부동산 거래 내용에도 접근이 가능하다는 지점에 있다. 이를 테면 부동산원은 개개인이 부동산 매매 계약을 맺거나 전세보증금 변경할때, 또는 계약을 해지할 때 지자체에 신고하는 내용을 모두 볼 수있다. 법안은 분석원이 해당 행정기관장에게 정보를 요청할 수 있으며, 요청 받은 관계 행정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그 요청을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금융 거래 자료 역시 당사자 동의없이도 받아볼 수 있도록 했다. 현재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은 금융회사 직원은 당사자 동의 없이 금융 정보를 타인에게 제공하지 못하도록 했지만, 거래 분석원은 이같은 법률의 적용도 받지 않는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를 두고 "자칫 국가기관이 법원의 영장을 통해서만 자료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한 영장 제도가 우리 사회에서 무력화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번 반부패 대책에서 분석원이 이같은 권한을 바탕으로 각종 기획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의혹 필지 등에 대한 기획 조사를 실시해 특정 입지에 대해 쪼개기나 세금탈루 정황 등 을 조사하고 국세청 등 수사기관에 이첩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 지정이 있을 경우에도 부동산 분석원이 이전 거래를 조사하게 된다. 택지 발표일 이전 일정기간 이내 토지 거래의 자금조달계획서 등 을 보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이 권한이 집중된 거래 감시자의 탄생에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투기를 방지한다는 목표가 정당하더라도 과연 국가 기관이 개개인의 모든 부동산 거래내역과 금융거래 내역, 소득과 과세, 납세 여부를 파악하고 조사하는 것이 과연 정당하냐는 것이다. 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현재의 정치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부동산 시장의 괴물, 빅브라더를 만드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든다"며 "권한과 역할, 기능이 집중되는 반면 이를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은 적다"고 우려했다.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투기적 행태를 가리기 위한 기술적 접근을 하는데 상시적인 대형 기구가 과연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부동산 시장이 안정돼 투기행태도 줄어들 때 과연 큰 기구의 역할은 무엇인지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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