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에 움츠러드는 '에너지 공룡'

법원 “탄소배출 45% 줄여라”

셸, 환경단체와 소송서 패소

엑슨모빌은 '탄소중립 요구'

행동주의펀드에 이사진 재편

로열더치셸 로고 ./EPA연합뉴스

유럽의 거대 석유 회사 로열더치셸이 네덜란드에서 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이라는 판결을 받았다. 미국 엑슨모빌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라는 행동주의 투자자에 이사회 의석을 내주는 등 석유 업계가 탄소 중립과 관련해 거센 압박을 받고 있다.

26일(현지 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로열더치셸은 네덜란드 법원으로부터 오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지난 2019년 수준 대비 45% 줄이라는 판결을 받았다. 현지 환경 단체가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당초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 축소하겠다는 로열더치셸의 자체 계획보다 훨씬 강화된 내용이다. 미 경제 매체 CNBC는 “세계 최대 탄소 배출 기업 가운데 하나인 로열더치셸이 파리기후협정에 부합하는 배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면서 이번 판결을 획기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최대 에너지 기업인 엑슨모빌은 친환경 투자를 촉구하는 행동주의 펀드 ‘엔진넘버원’에 이사회 의석을 내주게 됐다. 엑슨모빌 측은 “12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대런 우즈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사측 지명자 8명이 재선됐으며 엔진넘버원의 지명자 2명도 새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최종 투표 결과가 남은 가운데 엔진넘버원 추천 인사 4명 중 3명이 이사회에 합류할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외신들은 글로벌 에너지 업계가 이번 투표 결과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평했다. 엑슨모빌 지분율이 0.02%에 불과한 엔진넘버원이 다른 주주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경영에 개입할 수 있게 돼서다. 그동안 엔진넘버원은 탄소 중립 사회에 대비한 투자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김기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