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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 트랙으로 이어진 휴식·놀이·교육공간…학교의 틀을 깨다

■ 수원 '다니엘학교'

수원 공업지대의 공장 부지 개조해

광장 중심 교회·유치원과 유기적 확장

사선의 트러스트 통해 내·외부 투영

2~3층 타원형 설계, 체육관·교실 배치

복도 대신 트랙으로 각 공간 연결·소통

작은마당·중정 등도 색다른 경험 선사

수원 영통구 다니엘학교 전경. 체육관으로 활용되는 2~3층을 타원형으로 구성한 점이 인상적이다./사진 제공=김재경 사진작가




수원 영통구 공업지대 한복판에는 보기 드문 건물이 들어서 있다. 거대한 미술관처럼 타원형의 저층부가 일단 눈길을 끈다. 여기에 한 번 더 놀라게 되는 사실은 이 건물이 학교라는 것이다. 수원예인교회에서 운영하는 대안학교 ‘다니엘학교’가 이번 기사의 주인공이다.

기성 교육과 떨어진 대안학교라는 특성을 반영하듯 다니엘학교는 기존 교육 시설과는 다른 외관을 자랑한다. 건물 2~3층은 보통 학교처럼 직사각형의 반듯한 모습이 아니라 타원형으로 설계됐다. 공교육과는 다른 프로그램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하는 대안학교의 정체성을 반영했다는 것이 설계자의 설명이다.



<5년의 프로젝트로 완성된 ‘지역 공동체’>

예인교회는 공업지대에 있는 한 공장을 개조해 지은 건물이다. 5년 전 첫 단계로 공장을 유치원과 교회 교육관으로 고쳤다. 이후 주차장으로 활용되던 빈 공간에 다니엘학교를 신축해 예인교회 공동체 공간을 최종적으로 마무리했다. 작품을 설계한 김승회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공장지대 한복판에 지역 공동체의 중심 공간과 미래를 위한 학교를 만들어가는 지난 5년은 무척 보람된 과정이었다”고 회고했다.

이 과정에서 한정된 장소에 다양한 건물들이 들어서다 보니 공간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생겼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회와 유치원, 다니엘학교 사이에 옥외 공간을 최대한 확보해 공동체의 외부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했다. 광장을 중심으로 학교와 유치원·교회의 활동이 모이고 흩어진다. 또한 광장에서 넓은 계단을 통해 이어지는 다니엘학교 2·3층에 체육관을 두었다. 체육관은 예인공동체 누구나 이용하기 좋은 위치에 두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건축가의 설명이다. 그 결과 공동체 공간이 입체적으로 확장됐다. 독특한 건물의 단면은 이 같은 입체적 공간의 관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다니엘학교 출입구. 체육관으로 쓰이는 2~3층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공간에서 출입이 용이하도록 설계됐다./사진 제공=김재경 사진작가


물론 입체적 공간을 쌓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우선 저층부에 체육관과 같은 대공간을 두는 일은 새로운 구조 형식을 요구했다. 이를 위해 체육관 상부에 있는 교실들의 칸막이벽을 이용해 2층 높이의 트러스를 만들었다. 칸막이벽으로 만든 이 트러스는 자유로운 대공간을 선사했다. 또한 중심 공간, 트랙, 주차장을 구획하려는데 구조 기둥의 위치가 일치되기 어려웠다. 그래서 사선의 기둥을 사용해 각 층에서 요구하는 구조의 조건을 만족시켰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선의 트러스와 구조 기둥이 내·외부에 투영돼 다니엘학교라는 ‘대안학교’가 가진 특징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노출된 철골과 콘크리트 구조, 목재와 벽돌의 칸막이, 알루미늄 창호는 재료 본연의 특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도록 했다.



수원 영통구 다니엘학교 내부. 트랙으로 공간을 연결해 통로이자 학생들의 놀이 공간, 학습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했다./사진 제공=김재경 사진작가


<공간을 잇는 ‘트랙’, ‘연결’을 넘어 ‘주요 공간’으로>

건축가는 유치원, 다니엘학교, 교회 교육관 등 각 건물의 개별 공간과 공동 공간의 연결을 ‘트랙’으로 보완했다. 광장을 중심으로 유치원, 다니엘학교, 교회 교육관이 트랙으로 연결돼 있다. 다니엘학교 2·3층에 위치한 특별교실과 체육관은 트랙의 공간을 따라 나뉜다. 트랙을 따라 중심 공간과 체육관이 하나로 통합된다. 4·5·6층의 학교 공간도 트랙 형식으로 구성된다.

트랙의 역할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트랙은 충분한 넓이와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어 단순히 ‘연결’하는 통로의 기능을 넘어서 학생들이 뛰어놀거나 친구들과 만날 수 있는 휴식 공간이자 교육 공간 또는 놀이 공간이다. ‘트랙’은 기존 학교 구조의 ‘복도(편복도 또는 중복도)’와 달리 개방적이다. 복도는 막힌 공간으로 폐쇄적인 관계를 유발한다. 하지만 다니엘학교는 순환형 트랙을 통해 동선과 공간이 보다 연속적이고 개방적 관계를 갖도록 했다.

또 각 층의 트랙은 열린 공간으로 이어진다. 상부로 개방된 각 층의 중심 공간에는 계단이 놓여 있고 열린 계단을 통해 각 층의 트랙과 이어진다. 중심 공간을 통해 다니엘학교는 하나의 공동체로 통합되는 모양새다.

다니엘학교 체육관 내부/사진 제공=김재경 사진작가


각 층의 트랙과 개별 공간을 통합하는 것은 중심에 있는 마당이다. 3개 층으로 열린 중정은 층마다 테라스를 만들고, 입체적인 마당을 연출한다. 중정을 통해 학생들은 모든 공간을 새로운 형식으로 만난다. 중심 공간이 활동의 영역이라면 중정은 이완의 영역이다. 중정은 빛과 바람과 함께 고요한 정지의 시간을 선사한다. 다니엘학교는 층마다 다른 형태의 외부 공간을 향유한다.

다니엘학교는 작품의 우수성을 인정 받아 지난 2019년 ‘한국건축가협회상’과 2020년 ‘한국건축문화대상’ 민간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한국건축문화대상의 신만석 심사위원은 “수원의 공업지대에 있는 공장을 한 교회 공동체로 바꾸는 작업의 일환으로서 대안학교를 계획해 다양한 연령층의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열린 공간 내에 기능 분리를 잘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2~3층에 있는 체육관과 특별교실이 트랙의 공간을 따라 통합되도록 하는 동시에 상부층 학교 공간과의 연결을 통해 학생들에게 휴식 공간과 놀이 공간 및 교육 공간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위에서 내려다본 다니엘학교 전경. 기존 교회 및 유치원 건물과 함께 들어섰다. /사진 제공=김재경 사진작가


/권혁준 기자 awlkwon@sedaily.com·사진=김재경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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