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일대 아파트가 무더기 신고가를 기록하며 서울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재건축 활성화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재건축 연한 30년이 도래한 단지들이 순차적으로 안전진단을 추진하며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여의도·압구정·목동·성수 등 다른 재건축 지역과 달리 토지거래 허가 구역 규제를 피하면서 매수세가 유입되는 풍선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20평형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가 10억 원에 육박했다.
◇재건축 20평형 10억 실거래 육박=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새롭게 신고된 노원구 실거래가 26건 가운데 15건이 신고가 거래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신고된 실거래가 21건 중에서는 무려 17건이 신고가였다. 특히 상계동 재건축 단지들의 신고가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상계주공아파트는 1~16단지 가운데 공무원 임대 아파트인 15단지와 재건축 사업을 끝낸 8단지(포레나노원)를 제외하고 현재 모든 단지가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지 조사(예비 안전진단)를 통과한 상계주공3단지(고층) 전용 68.86㎡(11층)가 지난달 10일 신고가인 9억 5,000만 원에 거래됐다. 10억 원에 육박한 가격이다. 현지 조사를 준비 중인 상계주공4단지(고층)에서도 평형별로 신고가가 이어지고 있다. 전용 58.01㎡(2층)의 경우 지난달 22일 직전 신고가 대비 2,000만 원 오른 7억 2,000만 원에 계약서를 썼고 전용 41.3㎡도 지난달 18일과 29일에 최고가인 6억 원에 잇따라 거래됐다. 예비 안전진단을 통과한 하계장미아파트 54.02㎡(6층)도 1,500만 원 오르며 6억 9,500만 원 신고가를 찍었다.
재건축 단지들이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가운데 재건축 연한이 도래하지 않은 아파트도 뒤따라 오르는 추세다.
지난 1998년 준공된 상계2차중앙하이츠의 경우 전용 134.97㎡가 지난해 2월 8억 2,000만 원을 기록한 후 1년 3개월 만인 지난달 12일 역대 가장 높은 10억 4,000만 원에 거래돼 무려 2억 2,000만 원이 뛰었다. 중계동 신안아파트, 월계동 초안산쌍용스윗닷홈 등도 신고가 대열에 동참했다. 노원구는 올 4월 26일 0.16%를 시작으로 6주 연속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규제 완화 기대감이 집값 자극=노원구는 1980년대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조성돼 현재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 아파트만 39개 단지, 5만 9,000여 가구에 이른다. 서울에서 가장 많은 규모이기 때문에 노원구에서의 재건축 진행 상황과 이에 따른 집값 움직임이 다른 재건축 지역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노원구에서는 23개 단지가 재건축을 준비 중이다. 재건축 추진이 가장 빠른 곳은 공릉동 태릉우성아파트로 정밀 안전진단 결과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고 적정성 검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상계주공6단지는 정밀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고 적정성 검토를 준비하고 있다. 상계주공1·3·9단지와 상계보람아파트 등 10개 단지가 현지 조사를 통과하고 정밀 안전진단을 앞두고 있으며 하계한신청구, 상계주공2·4·7단지 등 10곳이 현지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노원구는 서울에서 아파트가 가장 많은 동네인 만큼 앞으로 서울시 재건축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지역”이라면서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집값이 가장 빠르게 오르고 있으며 노원구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앞으로 다른 재건축 지역에서도 그대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노희영 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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