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1년은커녕 6개월 이상 고정적으로 방영되는 프로그램이 드물어진 방송가 환경에서 KBS 예능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이 10주년을 맞아 눈길을 끈다. 특히 치열한 경쟁의 토요일 저녁시간대에 편성됐음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제작진이 꼽는 장수의 근본 동력은 모든 연령대가 봐도 어색하지 않은 대중성이다.
‘불후의 명곡’은 지난 12일까지 방영 10주년을 맞아 약 4주에 걸쳐 특집을 선보였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싸이를 전설로 출연시키며 2주간 무대를 꾸민 데 이어, 지난 5일과 12일에는 역대 주요 출연진과 전설들이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이야기와 공연을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인 대기실과 공연 무대를 처음으로 한 곳에 모아놓았다.
연출을 맡고 있는 황민규 PD는 이 프로그램에 대해 “현재 유일하게 살아남아 있는 대중적 음악 프로그램으로, 어떤 연령층이 봐도 위화감이 없다”고 평가했다. 예전 명곡을 부르는 기본 포맷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고연령층의 시청이 많지만, 출연 가수는 대부분 젊기 때문에 10~30대도 무난하게 볼 수 있었다는 것. 실제로 이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의 주목을 받은 가수들은 알리·황치열·정동하·마마무·포레스텔라 등 젊은 층으로, 신인을 알리는 창구로서 역할도 충분히 해냈다. 메인 연출자인 박형근 PD가 꼽는 요소는 ‘사람’과 ‘스토리’다. 그는 “사람들은 출연 가수가 왜 이 노래를 골랐으며 무대에 서게 되었는지, 전설들은 왜 여기를 찾게 됐는지 그 이야기를 보고자 이 프로그램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10년이라는 하나의 큰 챕터를 채운 후 ‘불후’ 제작진은 차근차근 조금씩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우선 이른바 ‘슈퍼루키’들을 밀어줄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황 PD는 “자기만의 음악적 색깔이 확실하고 일정한 팬도 있지만 대중적 주목이 덜했던 가수들을 발굴해서 불후의 명곡만의 화려한 무대와 어우러져 소개하는 자리를 많이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10주년 특집으로 준비한 싸이 편에서 밴드 새소년과 ‘국악계의 이단아’ 이희문이 출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음악을 통해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는 주제를 많이 선보이겠다는 계획도 있다. 박 PD는 최근 ‘개그콘서트’ 출신 개그맨들이 무대를 꾸몄던 사례를 들며 “이야기를 전할 기회를 잃은 사람들에게 마이크를 줄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심수봉, 조용필, 패티김, 송창식, 들국화, 김수철 등 다양한 음악인들이 나온 만큼 더 모실 전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게 제작진의 고민 중 하나다. 아직 출연하지 않은 전설 중에선 김창완(산울림)과 나훈아를 모시고 싶다고 한다. 제작진은 “김창완 선생님은 아직 현역인데 여기 나오면 커리어를 마감한 것처럼 보인다고 고사하셨는데, 모시고 싶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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