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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 쓰라면서 기업에 수수료 덤터기…발전사엔 전력 판매 제한

[RE100 출발부터 삐걱…'독소조항' 숨겨진 PPA제도]

신재생 단가 다른 발전원보다 2.5배 비싼데

한전 전력망 사용 이유로 과도한 수수료 청구

발전사업자는 생산 전력 쪼개서 팔수도 없어





21일 정부가 도입한 제3자 전력거래계약(PPA) 제도에는 시행 초기임을 고려해도 ‘독소 조항’이 적지 않다는 것이 산업계의 판단이다. 신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기껏 도입된 제3자 PPA 제도의 취지 자체가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민간 발전사의 한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구조의 제3자 PPA 제도라면 신재생에너지 저변이 정부 생각만큼 빠르게 확대되지 않을 수 있다”고 혹평했다.

제3자 PPA는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발전 사업자가 전기 사용자와 직접 합의해 전력 구매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국전력(전기 판매 사업자)이 중간에서 송·배전망을 제공하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다. 그래서 제3자(발전·판매·사용) PPA다. 최소 설비 용량이 1㎿를 넘어야 한다.

전기 사용자인 산업계의 입장에서는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했다는 인증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RE100(재생에너지로 100% 전력 조달)’ 캠페인에 참여하고 이를 인증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서 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제3자 PPA를 통해 신재생 전력을 사용하면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다. 신재생 발전 사업자도 발전 단가 등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협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이 때문에 국내에 사업장이 있는 대기업들이 이 제도에 상당한 관심을 가져왔다. 기업들의 RE100 가입을 위한 제도적 인프라가 처음 구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디테일에 있다. 얼핏 보면 신재생 발전 사업자와 전기 사용자 모두가 윈윈(win-win) 하는 구조같지만 세부적인 제도 시행 지침을 뜯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게 산업계의 시각이다. 제3자 PPA 시행 지침을 들여다보면 한전 전력망을 사용하는 데 대한 수수료 체계가 기존 화석연료 기반 발전원과 비교해 딱히 매력적인 요소가 없다. 그중에서도 문제로 지목되는 부분은 에너지 취약 계층에 대한 전기 요금 할인과 특정 산업·분야 지원금 마련에 필요한 재원까지 수수료로 부과하도록 한 점이다. 일반 전력 시장 거래에서 부과되는 수수료가 제3자 PPA 시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한전 측은 “기존 전력 시장 수요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했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제3자 PPA는 엄밀히 말하면 공급자와 수요자 간 사적 합의이기 때문에 공익을 추구해야 할 명분이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공기업인 한전이 거래 중간에 끼어 있기는 하지만 그 역할이 공급망 제공에 한정돼 있기 때문에 공익 사업 재원을 수수료로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신재생 전력 사용 단가를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전이 수수료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보지 않지만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라면 제도 초기에 가격 측면에서 과감하게 메리트를 제공하는 발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전이 지난해 구매한 신재생 전력 발전 단가는 ㎾h당 149원 40전으로 원전(59원 70전), 석탄(81원 60전), LNG(99원 30전)보다 1.5~2.5배 비싸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이렇게 비싼 수수료를 내면서까지 타 발전원 대비 더 비싼 신재생 전력을 사용할 기업은 많지 않다”며 “설사 제3자 PPA로 전력을 구매한다고 해도 그것은 ‘울며 겨자 먹기’일 것”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정해놓은 계약 구조도 너무 경직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하나의 발전 사업자가 생산한 전력 전체를 반드시 하나의 전기 사용자가 일괄 구매하도록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추로 치면 밭 면적에 상관없이 한 밭에서 나온 배추는 한 도매업자가 모두 사들여야 하는 계약 구조다. 쪼개 팔 수가 없도록 한 것이다. 발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3자 PPA 제도 자체는 좋을지 몰라도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세부 지침을 들여다보면 비합리적인 요소가 적지 않다”며 “계약 구조를 지침에 정해놓으면 전력을 파는 입장에서도, 사는 입장에서도 제약이 많다”고 전했다.

김승완 충남대 교수는 최근 에너지전환포럼과 신재생에너지학회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신재생 발전 사업자와 수요자 간에 직접 전력 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한 세부 방안이 부족하다”면서 “발전 사업자에 너무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제도 도입 초기에 제기되는 의견을 적극 수렴해 향후 보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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