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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유통의 사회학





정연승 한국유통학회장(단국대 경영학부 교수)

코로나19 확산 이후 온라인 쇼핑의 급성장 속에서 유통 시장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흐름은 바로 오프라인 유통의 재발견이다. 품목의 다양성, 합리적 가격, 편리함 등에서 온라인이 장점이 많지만 고객은 온라인에서 충족할 수 없는 것들을 채우기 위해 여전히 오프라인을 찾는다. 만약 애플 제품을 온라인으로만 볼 수 있다면 지금처럼 애플 마니아가 많아졌을까. 애플스토어의 핵심 기능은 판매가 아니라 바로 고객 체험이다. 스타벅스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이후 한때 매장을 거의 이용하지 못할 때 고객은 비로소 스타벅스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스타벅스의 매력은 커피 30%, 매장 70%였다.

고객이 누리는 체험과 경험은 백화점과 복합 쇼핑몰 그리고 전통 시장과 골목 상권에서 극대화된다. 대형 백화점과 복합 쇼핑몰은 소비자들에게 쇼핑·문화·휴식·놀이·레저 등 다양한 기능을 종합 선물 세트처럼 한 곳에서 제공한다. 이곳은 2030세대에겐 놀이터요, 4050세대에겐 가족 나들이 장소이며, 이들의 자녀에겐 고향과 추억의 공간이 되고 있다.

전통 시장과 골목 상권이 최근 재해석되고 있다. 5060세대 이상에게 여전히 향수와 애정의 장소인 전통 시장이 청년 창업과 현대화로 새로운 관광 명소가 되고 있다. 한남·성수·홍대 상권은 MZ세대가 집결하는 핫플레이스로 부상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이 확대될수록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관심과 가치는 커지고 있다. 오프라인 공간은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에게 낮은 비용으로 양질의 문화 생활과 체험, 사회적 교류, 취미 활동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 향후 오프라인 유통은 쇼핑·문화·공연·놀이·스포츠 등을 체험하고 누리는 생활의 중심, 삶의 터전이 될 것이다. 이들은 테마와 콘셉트가 있는 몰링, 창의적인 콘텐츠, 꿈과 상상력의 구현을 통해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더욱 풍성하고 윤택하게 만들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통 공간은 쇼핑이라는 경제적 욕구만을 해결하는 장소가 아니라 문화·스토리·콘텐츠가 공유되고 증폭되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영역이 돼야 한다.

‘편의점 사회학’의 저자 전상인 서울대 교수는 편의점에 대한 사회학적 재발견 또는 재인식을 강조하면서 편의점을 현대 한국 사회의 축도이자 도시 생활의 단면으로 간주했다. 편의점이 단순한 쇼핑 공간 그 이상임을 설명하면서 편리성과 사회적 네트워킹의 긍정적 측면을 제공함과 동시에 새로운 통제 장치의 역할도 할 수 있음을 경계했다.

즉 유통 공간은 소비자의 삶을 윤택하게 할 수도, 불행하게 할 수도 있다. 유통 업체들이 인간의 욕구와 가치를 잘 이해하고 다양성과 상상력을 높일 수 있는 콘텐츠로 우리 삶의 품격을 높여주기를 바란다. 우리의 문화와 전통이 새로운 유통 공간 속에서 살아 숨 쉬고, 국민들이 그 안에서 힐링과 충전을 통해 새 힘을 얻으며, 외국 관광객들이 독특하고 흥미로운 우리의 유통 공간을 보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기를 기대해본다.

/김보리 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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