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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 넘자 '야외 술판'된 연트럴파크...방역계도·단속 못본척

[거리두기 완화 앞두고...연남동·뚝섬한강공원 가보니]

편의점들 술·안주 구매로 북새통

벤치·잔디밭은 노상주점으로 변신

술 마시느라 마스크 거의 착용않고

단속해도 그때뿐이고 욕설·저항도

젊은층 중심 감염 급속 확산 우려

지난 29일 음식점, 주점 등이 영업을 마친 늦은 오후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공원에 청년들이 무리를 지어 대화를 나누거나 술을 마시고 있다./허진 기자




지난 29일 영업제한 시각인 밤 10시 이후 뚝섬 한강공원에는 ‘2차 술판’을 벌이러 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강동헌 기자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새로운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을 앞둔 지난 29일 오후 11시 30분, 이른바 ‘연트럴파크(연남동과 센트럴파크의 합성어)’라 불리는 서울 마포구의 경의선숲길공원. 이곳을 담당하는 서부공원녹지사무소 소속 질서유지 실무관들이 공원 통행로에 돗자리를 편 채 술을 마시고 있던 한 청년들에게 자리 이동을 요구했다. 그러자 무리 중 한 남성이 “맥주 하나를 제대로 못 먹게 하네”라며 단속반을 매섭게 노려봤다. 자리를 치우는 척하던 이들은 단속반이 사라지자 다시 돗자리를 펴고는 술자리를 이어갔다.

전국에서 800명에 육박하는 확진자가 발생할 정도로 코로나19 상황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식당과 술집 영업이 종료되는 오후 10시 이후 야외 술판이 벌어지고 있다. 새로운 거리 두기 시행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방역 현장의 긴장감이 풀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서울경제 취재진이 찾은 경의선 숲길공원은 주점과 음식점·카페 등이 문을 닫는 오후 10시가 되자 거대한 노상 주점으로 변했다. 거리 두기를 위해 일부 공간을 막아놓은 공원 내 벤치는 이내 사람들로 가득 찼다. 벤치가 만석이 되자 사람들은 잔디밭과 통행로, 길가의 턱으로 번져나갔다. 일부 차단 막이 설치되지 않은 벤치는 거리 두기가 지켜지기 어려웠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술을 마시느라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 인근 편의점 역시 못다 푼 회포를 풀기 위해 맥주와 안주를 사러 온 사람들로 한때 출입문 밖까지 길게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이날은 평일인 데다 오후 한때 비까지 내려 그나마 평소보다 사람이 적은 편이라고 인근 상인들은 귀띔했다. 인근의 한 카페 점주는 “3주 전부터 금요일과 주말이 되면 잔디밭이 사람들로 가득 찬다”며 “근처에서 술 마시던 사람들이 가게 안 화장실 사용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그들이 쏟아낸 토사물 때문에 가게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광진구 뚝섬한강공원도 인근 주점에서 쏟아져나와 2차 술자리를 벌이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공원 내에서 배달 음식을 건네받는 ‘배달 존’은 오후 11시부터 4~5대의 오토바이가 상시 대기하면서 고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인근 편의점도 문전성시를 이뤘다. 한 편의점 직원은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손님들로 정신이 없다”며 “특히 젊은 층이 맥주를 많이 사간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실을 모르지 않는 당국 역시 단속과 계도를 벌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날 경의선숲길공원에서는 경광봉을 든 실무관 두 명이 계도에 나섰지만 효과는 잠시뿐이었다. 잔디밭에 들어가거나 통행로를 방해하는 시민들을 제지했지만 실무관들이 시야에서 멀어지자 이내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단속 인력 부족에 계도만으로도 벅찬 서부공원녹지사무소 공무원들은 이달 들어 단 한 건의 과태료도 부과하지 못했다. 한강공원을 담당하는 한강사업본부의 한 관계자도 “단속 직원이 주의를 주면 술에 취해 심한 욕설을 하면서 격렬하게 저항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어려운 점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20~30대 확진자 비중이 급증하는 것도 길거리 술판이 위험해 보이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 23~29일 20대 확진자(882명)가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았다. 같은 기간 30대도 567명의 신규 확진자를 기록했다. 새로운 거리 두기 시행에 앞서 해이해진 방역 의식이 혹여 집단감염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이유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 아무래도 백신 접종률이 낮은 젊은 층 사이에서 모임이 늘면서 코로나19가 다시 급속도로 확산할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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