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안정될 것’이라는 정부 전망과 달리 전세난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번 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값 통계를 보면 전국·수도권·지방·서울 등 전 지역에서 전세가가 전주보다 더 뛰었다. 조사 대상 지역인 176개 시·군·구 중 지난 주 대비 상승한 지역이 92%에 해당하는 162곳이나 된다. 서울 외곽에서도 10억 원 전세가 빠르게 늘고 있다. 매매 시장 역시 서울은 오름폭이 소폭 커진 가운데 노원구는 2년 10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8일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이번 주 0.11% 올라 전주(0.10%)보다 소폭 상승했다. 재건축 이주가 몰린 서초구가 0.25% 올라 서울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문제는 인근 지역의 전세가 오름폭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근의 송파구(0.13%)와 강동구(0.14%), 동작구(0.14%)는 물론이고 최근 전세가가 하락세를 이어온 과천까지 지난주 상승 전환한 후 이번 주 0.03%으로 상승 폭을 넓혔다. 서초구 반포동의 아크로리버파크에서는 지난달 이른바 ‘국민평형’이라 불리는 전용 84㎡에서 23억 원짜리 전세 거래가 나왔다.
전세가 상승은 비단 고가 지역만의 일이 아니다. 구로·도봉구 등 중저가 외곽 지역에서도 전세가 상승률이 급등했다. 지난주 0.05%였던 구로구의 상승률은 한 주 만에 0.15%로 배 이상 뛰었고 도봉구도 0.06%에서 0.11%로 약 두 배가 됐다. 실제로 이들 중저가 외곽 지역에서도 전세가 10억 원을 훌쩍 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관악구 봉천동의 e편한세상서울대입구 전용 114㎡는 6월 들어 11억 3,000만 원에, 구로구 신도림동의 신도림4차e편한세상도 같은 달 전용117㎡가 12억 원에 전세 손바뀜됐다. 외곽 지역에서도 웬만한 매매가를 뛰어넘는 전세 거래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반포에서 시작된 전세 불안이 국지적인 불안에 그칠 가능성도 있지만 임대차 3법 시행과 입주 물량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전세 유통 물량이 줄어든 상황과 만나 더 좋지 않은 상황을 만들 우려도 있다”며 “전세는 줄고 월세는 늘어나는 구조적인 전세난이 심화할 우려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국(0.17%→0.19%), 수도권(0.20%→0.23%), 지방(0.13%→0.14%) 등도 오름폭이 커졌다.
매매 시장도 불안하기는 매한가지다. 수도권은 3주 전 기록한 역대 최고 상승률(0.35%)을 유지하고 있고 서울은 이번 주 상승 폭이 0.15%로 오르며 1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서울 내 최고 상승률은 0.29%를 기록한 노원구가 차지했는데 이는 2018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조사 대상 지역 176개 시·군·구 중 지난주 대비 매매가가 상승한 지역은 173개로 늘었고 하락한 지역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세종도 이번 주에는 오름세로 돌아섰다.
한편 부동산원은 이번 주 통계부터 신규 표본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부동산원이 민간보다 적은 수의 표본을 활용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표본 수가 대폭 확대됐다. 주간 조사의 경우 기존 9,400가구였던 표본이 3만 2,000가구로 늘어났다. 월간 조사에 사용되는 주택 수도 2만 8,360가구에서 4만 6,170가구로 증가했다. 또 표본에 모집단의 가격 분포까지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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