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수입품에 대한 탄소 비용을 부과하기로 하면서 탄소배출권을 포함한 원자재 시장이 또 한 번 들썩일 것으로 전망된다. 각국의 탈탄소화 정책에 속도가 붙으며 핵심 산업인 전기·수소차 등에 필요한 구리·알루미늄 등의 수요도 덩달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5일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 상장된 탄소배출권 선물 추종 상장지수펀드(ETF) ‘KFA 글로벌 카본(KRBN)’은 전일(현지 시간 14일) 종가가 35.40달러에 형성됐다. EU·미국 등의 탄소배출권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탄소배출권 관련 상품으로 지난해 말 대비 가격이 43.73%나 올랐다.
올해 각국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각국의 탄소 중립 정책에 힘입어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EU 탄소배출권 선물 가격은 전일 종가가 톤당 52.40유로(약 7만 805원)를 기록했다. 지난 5월 초 처음으로 50유로를 넘긴 탄소배출권 선물은 지난해 말(32.72유로) 대비 가격이 60.15%나 뛰었다. 이날 국내에서 거래되는 2020년물 탄소배출권(KAU20)도 2만 1,300원에 거래되며 한 달도 채 안 돼 가격이 2배 이상 치솟았다.
증권가에서는 전일 EU가 탄소국경조정세(CBAM) 도입을 발표하면서 탄소배출권의 상승 압력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CBAM은 매주 경매된 EU 탄소배출권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될 계획이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역내에서 생산되는 제품보다 탄소 배출이 많은 제품은 CBAM 인증서를 추가로 구매해 일종의 관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인증서 가격은 배출권 시장 가격과 연동될 가능성 높아 배출권 가격의 상승 압력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EU의 내연기관차 감축 계획에 따라 전기·수소차 관련 원자재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각국의 탈탄소화와 경기회복세가 겹치면서 올해 알루미늄(26%), 구리(21%), 팔라듐(19%), 니켈(11%) 등은 연초 대비 가격이 크게 뛰었다. 김광래 삼성선물 선임연구원은 “일부 완성차 업체들이 추진 중인 하이브리드(HEV)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는 EU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결국에는 순수 전기차와 수소차로 방향이 완전하게 틀어질 것”이라며 “이에 전기차 수혜 비철인 구리·알루미늄·니켈에 대한 수요 증가 기대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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