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잇따라 연내 개인형 퇴직연금(IRP) 서비스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증권사가 IRP 수수료 무료를 선언한 데 이어 공격적인 자산 운영으로 은행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은행권의 불안감이 커진 결과다. 증권사로 자금 이탈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은행권에서 형성되면서 은행들이 고객 잡기에 나섰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이 연내 IRP의 사후 관리 서비스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신한은행은 하반기 개인 맞춤형 퇴직연금 사후 관리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 서비스는 고객 퇴직연금 계좌 내 개별 펀드 비중, 수익률 추이, 투자 고수와 비교 분석 등을 담은 카드 뉴스 형태의 메시지를 고객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하나은행은 당장 이달 중으로 영업점에서 은행원들이 IRP 가입자의 사후 관리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축한다. 만기 관리, 성과 부진한 펀드에 대한 고객 안내를 강화하는 취지에서다. 현재 영업점에 방문해야만 받아볼 수 있는 자산 관리 리포트도 올해 연말에는 하나원큐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비대면으로 고객들이 쉽게 받아볼 수 있게 구현할 예정이다.
NH농협은행과 DGB대구은행은 비대면 퇴직연금 서비스 개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관련 웹페이지를 전면 개편해 4분기 내 선보일 예정이다. 대구은행은 모바일 뱅킹 앱인 ‘IM뱅크’에서 퇴직연금 관련 메뉴의 UI·UX를 개선해 오는 10월께 고객에게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KB국민은행은 이달 신규 가입자 및 유지 고객에 대한 이벤트를 진행하는 데 이어 9월에도 유사한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배터리,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전기차 등 테마형 상품 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은행들이 일제히 하반기에 IRP 개선에 나서는 이유는 높은 수익률에 따라 자금이 은행에서 증권사로 대거 이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실제로 올해 2분기 기준 평균 IRP 수익률은 증권사가 10%인 반면 은행은 4%에 그쳤다.
대구은행(6.24%)과 하나은행(5.25%)은 은행권 평균을 웃도는 수익률을 냈다. 5대 은행 중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낸 하나은행 측은 “증권사와 달리 예금에 익숙한 고객 성향을 고려하면서 투자 상품의 비중을 늘려가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었다”며 “내부에서는 인플레이션 이상으로 수익을 내야 한다고 보고 TDF 상품을 중심으로 판매해왔다”고 언급했다. 대구은행의 관계자 또한 “IRP 내에서 만기 시 은행 중 최고 금리를 주는 예금 상품에 자동으로 예치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당행은 이를 저축은행으로 확대해 더 높은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며 “실적배당형 펀드 상품도 고객에게 많이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당수 은행은 여전히 1~3%대에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어 증권사로의 머니무브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은행들이 증권사에 이어 수수료 인하를 검토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모든 은행이 수수료 인하, 무료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부에서는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최소한의 수수료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 자금 흐름을 더 지켜보고 결정하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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