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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폐쇄' 놓고 청와대→산업부→한수원 '내리 압박'…공소장 곳곳엔 막말

검찰,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 공소장에 적시

'원전 조기폐쇄 어렵다' 장관 후보자때 보고 받아

한수원 협조 불가피하자 인사 불이익 등 거론

한수원 직원들 "업무 하느니 휴가 가라" 낙담

문재인 대통령 관심사에 청와대 압박 거세져

"한수원 손실" 지적에 산업부 "나중에 협의" 회피

경북 경주시 양남면 월성 1호기 원전/연합뉴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공소장에는 ‘월성 원자력발전소 원전 1호기’ 조기폐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 관계자들과 관료들의 막말과 압박성 발언이 곳곳에 담겼다. 검찰은 청와대→산업부→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순으로 ‘탈원전 정책’을 강행하기 위한 ‘갑질’ 행위가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28일 서울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백 전 장관 등의 공소장에 산업부가 지난 2017년 7월 4일 산업부 장관으로 지명된 백 후보자에게 “정부의 명시적인 문서에 의한 지시가 없으면 한수원이 자발적으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고했다는 내용을 적시했다. 장관직에 대한 인수인계를 받기 전부터 월성 1호기와 관련된 업무가 핵심과제로 정해진 것이다.

산업부 실무진 “못 해먹겠다"…靑 “그럴 거면 청와대 오지마”


특히, 백 전 장관은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같은 해 6월 19일 한수원 고리본부에서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 가동을 연장하는 것은 선박운항 선령을 연장한 세월호와 같습니다”라고 발표한 내용도 보고 받는 등 월성 1호기 폐쇄를 시급히 추진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2분과의 한 고위 관계자는 “(월성 1호기 관련 행정소송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항소를 취하하면 한수원은 이에 따라 폐쇄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녹색성장위원회 등 정부 위원회에서 한수원에 폐쇄를 권고하면 한수원이 이에 따르는 것으로 정리하라”고 산업부가 한수원에 개입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내용이 공소장에 담겼다.

하지만 백 전 장관이 취임한 후 한수원 내부에서는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위해서는 결국 한수원의 협조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한수원이 원전 폐지의향을 제출하도록 하는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수원은 산업부의 뜻대로 따를 경우 이사들의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결국 백 전 장관 지시로 2017년 10월 산업부 실무진이 채 전 비서관을 찾아가 원전 비중 축소를 골자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수정한 이후 한수원에 원전 조기 폐쇄 등 이행 계획을 요구하는 방안을 보고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일단 절차적·내용적 정당성을 확보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채 전 비서관이 지연을 이유로 반대하자 실무진 사이에서는 “못해 먹겠다” “절차를 지켜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고 반발했다고 한다. 이에 채 전 비서관은 실무진에 “(에너지기본계획을) 수정하겠다는 말을 하려면 청와대에 오지 말라”고 강하게 질책하며 의견을 묵살한 것으로 조사됐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연합뉴스


한수원선 “왜 이런 것 시키나” ·“자리보전 어려워” 토로


채 전 비서관의 지시에 따라 백 전 장관을 필두로 한 산업부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 계획 수립을 명분으로 한수원의 조속한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을 유도하는 계획으로 선회했다고 한다. 산업부 관계자들은 2017년 11월 한수원에 월성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원전 건설 백지화 문구가 포함되도록 설비 현황조사표를 작성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한수원 관계자가 “왜 우리한테 이런 것을 시키느냐, 정부 방침이 정해졌다면 그냥 산업부에서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직접 써 넣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발하자 산업부 실무진은 “산업부에서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독단적으로 써 넣기는 어렵다. 설비현황조사표를 작성해 제출해 달라”며 책임을 한수원에 떠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공소장에는 산업부 실무진이 한수원 관계자에 인사상 불이익을 가할 듯한 태도로 거듭 압박했다는 내용도 적혀 있다. 산업부의 계속된 요구에 한 한수원 간부는 부하직원에게 “나는 기획팀의 요청을 따를 수가 없다. 당신도 계속 출근을 하게 되면 이 업무에 대한 지시를 받을 수밖에 없으니 업무를 하기 싫으면 휴가를 가라"며 지시를 따르면 향후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한수원은 이관섭 당시 사장 주재로 임원회의를 개최했는데, 한 이사는 “이대로 (산업부와 협의한 대로) 하지 않으면 자리보전이 어려울 것이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채희봉 “대통령은 산업부가 일 잘 안 챙긴다고 생각” 재차 압박


문 대통령의 ‘댓글’도 이들의 혐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검찰은 봤다. 공소장에는 채 전 비서관이 문 대통령이 2018년 4월 2일 “월성 1호기의 영구 가동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 인가요"라는 댓글을 단 것으로 보고 받자 한수원 이사회를 통해 조기폐쇄를 결정하는 동시에 즉시 가동중단에 이르도록 마음먹었다고 적혔다.

채 전 비서관은 산업부 측에 연락해서 “대통령은 산업부에서 잘 챙기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산업부가 빨리 월성1호기를 즉시 정지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청와대에서 ‘산업부가 일을 잘 안챙긴다고 생각한다’는 점도 전달하라”며 지속적으로 청와대를 거론하면서 산업부를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결국 한수원에 대한 ‘내리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틀 뒤 한 산업부 실무자는 한수원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산업부 간부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검찰은 이 통화에서 해당 간부가 “한수원이 월성1호기에 대해 무슨 말을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현 정부에서 월성1호기가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냐”고 말해 이를 들은 한수원 관계자들이 압박감을 느끼도록 했다는 취지로 공소장에 기재했다.

산업부 실무자는 “월성 1호기 잔존가치와 향후 기대수익을 정부에서 보상해 줄 필요가 있다”는 한수원 측의 지적에 “경제성이 없어 즉시 가동중단하면 한수원에 손실이 없는 것이 아니냐, 비용보전 문제에 관해서는 나중에 협의하자”며 구체적인 대답은 피한 것으로 공소장에 나와 있다.



산업부 실무자, 한수원 직원들 있는 곳서 정재훈에 전화


또 이 실무자는 한수원 관계자들이 있는 자리에서 한수원 사장 취임을 하루 앞둔 정재훈 내정자에게 전화를 걸어 ‘월성1호기는 한수원 이사회 의결 즉시 가동중단’이라는 것이 산업부의 명확한 입장임을 설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공소장에는 정 내정자에게 '월성1호기는 2018년 6월 한수원 이사회가 조기폐쇄와 동시에 즉시 가동중단을 의결하면 한수원이 이를 시행한다'는 내용의 '월성1호기 조기폐쇄 추진방안 및 향후계획' 문건을 촬영해 전달한 것으로 적시됐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백 전 장관 측은 앞서 “힘든 과정에서도 산업부는 법과 원칙을 준수해 업무를 수행했다”며 전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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