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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업
EU보다 3배 빠른 탄소중립에···"정유업계 최대 800조 피해"[뒷북비즈]

[산업계 호소 쏟아진 탄소정책 토론]

2050년까지 설비전환 비용·매출손실 등

철강·車부품도 "추가 감축 여력 한계"

배출량 2018년에 정점 찍은 한국

2030년까지 年감축률 4.17% 달해

지원책 구체화 안돼 산업계 불안감





정부의 급격한 탄소 중립 정책으로 국내 석유 산업이 오는 2050년까지 최대 800조 원에 달하는 피해를 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조준상 대한석유협회 산업전략실장은 2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로 열린 ‘탄소 중립 정책의 평가와 바람직한 산업 전환 방향’ 토론회에서 “탄소 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정유 산업에서 약 100조 원의 전환·매몰 비용이 발생하고 2050년까지 700조 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해 총 800조 원의 피해를 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정부가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기존 26.3%에서 40%로 올리면서 석유 제품 수요가 급감하고 이는 정제 설비 가동률 하락으로 이어져 산업이 급격히 위축될 것이라는 의미다. 조 실장은 “내수 기반이 붕괴되면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동력도 상실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철강·자동차 등 기존 제조 업체에서도 NDC 목표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남정임 한국철강협회 기후환경안전실장은 “철강 업종은 2050년까지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및 적용을 통한 온실가스 95% 감축이라는 도전적인 목표를 수립했으나 2030년까지는 추가 감축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권은경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친환경모빌리티실장은 “국내 중견 제작사는 2025년까지 전기자동차 생산 계획이 불확실하다"며 “내연기관 위주의 국내 부품 산업이 수출 시장 축소라는 이중고를 겪으면서 자동차 생태계에 심각한 위기가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정부는 산업계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 2030년 NDC와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합리적으로 재설정하고 기업 지원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탄소중립 정책의 평가와 바람직한 산업전환 방향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정부의 탄소 중립 정책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 제공=경총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40% 목표는 우리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미국이나 유럽연합(EU)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달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부의 일방적인 NDC 설정에 대한 산업계의 불만과 생존에 대한 불안감이 감돌았다. 철강·석유·자동차 업계가 저마다 “우리는 피해가 아닌 생존을 고민하고 있다”고 성토하는 광경도 펼쳐졌다. 이들은 탄소 중립 기술이 유럽·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뒤처진 만큼 정부가 연구개발(R&D)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우리 산업계가 급격한 NDC 설정을 우려하는 것은 한국 제조업의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 비중이 타 국가들보다 높은 반면 친환경 전환 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뒤처지기 때문이다. 유럽 등 앞서 친환경 정책을 펼친 국가들과 경쟁했을 때는 기술력에서, 중국·인도 등 탄소 중립 후발국들과 겨룰 때는 가격 경쟁력 면에서 열세일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주요 탄소감축 기술 2030년 상용화 전망./=전국경제인연합회




에너지 전문가들은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속도가 타국에 비해 급격히 빠르다고 입을 모았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한국의 배출 정점에서 오는 2030년까지의 연평균 온실가스 감축률은 4.17%로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이는 EU의 1.38%보다 3배 높고 미국보다 1.35배 높은 수준이다.

이는 유럽은 지난 1990년, 미국은 2007년에 온실가스 배출량 정점을 찍고 탄소 중립 기술 개발에 나섰지만 한국은 2018년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정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유럽과 미국은 2030년까지의 감축 속도가 그 이후 감축 속도보다 낮지만 한국은 2030년까지의 감축 속도가 더 높다. 한국이 뒤늦게 탄소 중립 브레이크를 밟고 급제동하고 있는 셈이다.

탄소 중립 기술 개발 역시 선진국에 비해 더딘 편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올해 5월 발간한 ‘탄소 중립 이행을 위한 친환경 산업의 기술 수준 국제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 저장 및 포집 기술 수준은 미국을 100%로 기준 삼을 경우 한국은 80% 수준에 불과하다. 수소·연료전지 기술은 일본의 75%, 풍력은 EU의 75% 수준이다.

산업계의 불만은 정부가 급격한 탄소 중립 감축 목표를 설정한 데 비해 정책적 지원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조준상 대한석유협회 산업전략실장은 “(정부가 발표한) 이번 탄소 중립 시나리오에서는 비용 검토가 없다”며 “높은 온실가스 감축 비용으로 사회경제 전반의 충격이 예상되나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의미 있는 정책 지원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이기에 산업계의 경영 불확실성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라고 성토했다.

석유·화학 업계는 △국제 기준 이상의 과감한 세제 지원 △규제보다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온실가스 감축 정책 △수출을 고려한 에너지 수출 정책 마련을 정부에 요구했다. 조 실장은 “석유 제품의 국내 수요 감소에 따른 에너지 안보 우려를 탄소 중립 속도가 낮은 아시아 개발도상국으로의 수출 확대로 상쇄하는 국가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자동차 업계는 국내 생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확대하고 부품 업체 미래차 전환을 위한 정부 지원을 늘려야한다고 주장했다. 권은경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친환경모빌리티실장은 “소비자에 대한 전기·수소차 운영 보조금 지원 기간을 2030년까지 연장하는 한편 세제 혜택 대규모 확대 등을 통해 소비 수요를 지속적으로 창출해야 한다”며 “5~7년가량의 생산 기반 구축 소요 기간을 고려해 국내 생산 특별 보조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철강협회는 전기로 운용에 필요한 고철(철 스크랩)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는 한편 탄소 배출권 거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정임 한국철강협회 기후환경안전실장은 “탄소 배출권 유상 할당 수익을 탄소 중립 기술 개발에 100% 지원하는 방안, 가연성 폐기물, 바이오매스 등이 연료뿐 아니라 ‘원료’로 사용될 경우에도 추가 할당 또는 배출량 산정 제외 대상으로 선정하는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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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김인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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