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수출 통제로 요소·요소수 대란이 발생한 가운데 중국산 농산물의 높은 의존도도 우리의 식량 안보에 위협 요인이다. 중국에 요소비료가 부족해 농산물 공급이 줄어들면 국내 농산물 가격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21일 수출입 무역 통계에 따르면 중국산 농산물 수입액은 지난 2017년 15억 500만 달러(약 1조 8,000억 원)에서 매년 상승해 지난해에는 16억 9,092만 달러(약 2조 원)로 늘었다. 중국산 수입 농산물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채소류로 지난해 5억 98만 달러(약 6,000억 원)가 수입됐다. 그 뒤를 이어 농산물 가공품(3억 1,596만 달러), 곡류 및 두류(2억 6,308만 달러), 농산물 부산물(2억 514만 달러) 순이다.
전체 농산물 수입액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계속 늘고 있다. 중국산 농산물 수입액 비중은 2017년 17.8%에서 지난해 18.7%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산 농산물 수입액 비중이 25.6%에서 24.8%로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내 요소 부족으로 농산물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정부가 요소 등 29종 비료 품목의 수출 규제를 강화한 것도 자국 농업의 생산 차질을 우려해서였다. 김성애 KOTRA 베이징무역관은 “중국 정부는 겨울 밀 재배를 앞두고 화학비료 가격 상승세 억제, 중국 내 충분한 공급 물량 보장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도 “석탄 등 생산 원료 가격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어 중국 내 비료 및 요소 생산 회복세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중국 농산물 공급은 국내 물가에 바로 영향을 준다.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초기 중국 내 이동 제한으로 물류가 마비되자 국내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농산물 물가는 급등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2월과 3월 풋고추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33.3%, 24.2% 상승했고 같은 기간 배추 가격 상승률은 80.3%, 96.9%에 달했다.
중국산 농산물이 가공식품과 단체 급식, 외식 식자재에 주로 쓰인다는 점에서 중국 농업 작황 부진은 밥상물가 상승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특히 공급선을 쉽게 다변화하기 어려운 자영업자들이 더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외식산업 식재료원가지수는 지난해 4분기 114.50에서 올 3분기 138.52로 올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 교수는 “매출액의 증대가 영업이익·당기순이익 증대로 이어져야 하는데 최근 식재료 원가 상승으로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식재료 가격 등 외식 사업자의 비용 상승이 코로나19 정상화 과정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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