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전기차 보조금 100% 지급 기준 차량 가액이 5,500만 원으로 낮춰졌지만 5,980만 원에 달하는 기아 EV6 전기차 최고급 차량은 보조금을 전액 받을 수 있게 된다. 환경부가 보조금 산정 기준을 차종·트림(등급)별 소비자 권장 가격이 아닌 구동 방식과 배터리 용량, 휠 크기를 기준으로 한 최저 판매 가격으로 변경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가격을 낮춰 보급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에 따라 완성차 업체는 차량 최저가를 낮추되 트림을 세분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9일 환경부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 가격을 ‘환경부 인증 단위별 기본 판매 가격’으로 변경한다. 이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을 기존의 ‘차종·트림별 소비자 권장 가격’에서 ‘구동 방식, 배터리, 휠 사이즈를 기준으로 분류되는 가장 낮은 가격’으로 바꾸는 내용이 골자다.
가령 올해 기준으로 EV6 롱레인지 모델 4륜 모델은 가장 낮은 트림인 에어가 5,420만 원, 중간 트림 어스가 5,895만 원, 최상급 트림인 GT-라인이 5,980만 원이다. 새 지급 기준을 적용하면 EV6 롱레인지 GT-라인도 최저 트림인 에어(5,420만 원)의 가격 기준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받게 된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최상급 트림도 이 기준을 적용할 경우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다. 아이오닉5 롱레인지 AWD 모델은 저가 트림(익스클루시브) 기준으로 5,280만 원이다. 상급 트림인 프레스티지를 택하고 옵션을 모두 넣어 차량 가격이 6,130만 원에 달해도 보조금을 전액 받는다는 얘기다.
이 같은 정책은 완성차 업체가 저가형 모델을 만들어 기본 가격을 낮추되 옵션을 추가하도록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모델3의 경우 싱글모터(6,093만 원), 듀얼모터 AWD(7,939만 원) 두 가지 트림이 존재하지만 최저가 트림 가격이 5,500만 원을 넘어 보조금을 50%만 받게 된다. 국내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맞추려면 테슬라도 저가형 모델을 만들고 트림을 세분화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뜻이다.
환경부는 “올해 신설된 보조금 100% 지급 상한액을 6,000만 원에서 5,500만 원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최종 협의하고 있으며 상한액을 결정하는 전기차 기본 가격 설정 기준을 명확히 할 계획”이라며 “지방자치단체, 관계 부처 등 유관 기관 협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보조금 지침 개정안을 내년 1월 초에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저공해차 보급목표제’ 대상 및 이행 여부에 따라 전기차 보조금을 차등 지급할 계획이다. 저공해차 보급목표제 대상 기업의 차종은 30만 원, 저공해차 보급목표제 이행 기업은 70만 원의 보조금을 받고 비대상 기업은 보조금을 전혀 받지 못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저공해차 보급목표제 대상 기업은 현대차·기아·한국GM·르노삼성자동차·쌍용자동차·메르세데스벤츠·BMW·도요타·아우디·혼다 10개 사로 르노삼성을 제외한 9개 회사가 지난해 보급 목표를 달성했다. 테슬라는 지난 2009년 기준 자동차 판매량이 4,500대 이하인 제조사로 분류돼 저공해차 보급목표제 대상 기업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저공해차 보급목표제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차량당 75~300만 원의 기여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별도로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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