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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지금은 노동개혁을 말해야 할때다

■김현수 경제부장

대선 앞두고 한표가 아쉬운 李·尹

노동이사제 도입 한목소리 내지만

강성노조에 기득권 도구될까 우려

코로나시대 대응할 노동개혁 절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사흘 만인 2017년 5월 12일 인천공항을 방문해 “임기 내에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zero)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3년 뒤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는 비정규직 보안 검색 요원의 정규직 전환을 발표하며 대통령의 대선 공약 이벤트를 실천했다.

그러나 인국공의 비정규직 전환은 청년들의 분노를 낳았다. 가뜩이나 좁아진 취업 시장에 불안한 청년들에게 인국공의 비정규직 전환 발표는 불공정으로 받아들여졌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처우 및 분절화가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라는 점은 접어둔 채 청년 표를 의식한 쇼맨십 정치가 낳은 당연한 결과였다. 조국 사태가 ‘아빠 찬스’였다면 인국공 사태는 ‘대통령 찬스’가 만든 대표적 포퓰리즘 정책이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를 지지했던 청년들은 떠났다. 인국공 사태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을 예고했는지도 모른다. 임기 내내 강성 노조에 끌려다니며 노동 개혁은 한 발도 내딛지 못했다. 진보 정권이기에 오히려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기대에 그쳤고, 코로나19까지 겹치며 청년 일자리는 최악의 상황으로 추락했다.

대선이 8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양 당 후보 모두 노동계에 손을 내밀고 있다. 한 표라도 아쉬운 상황에 조직화된 노동계에 밉보일 정치인은 없다. 여야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과 공무원·교원 타임오프제, 근로기준법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등에 대해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는 이유기도 하다. 노동이사제를 노조의 경영권 침해라는 이유로 반대했던 야당도 윤석열 후보가 찬성 입장을 밝히자 명분을 잃었다.



여당 대선 후보는 그렇다고 해도 윤 후보의 노동이사제 찬성 발언은 기업들에 충격이다. 문 정부의 친노조 정책이 강성 노조를 만든 상황에서 정권이 바뀌어도 합리적 노사 관계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경영계는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 1~2명이 기업 이사회에 직접 참여하는 제도로 그동안 여당·노동계, 야당·재계가 팽팽히 맞서왔던 사안이다. 윤 후보의 노동이사제 찬성이 국민의힘의 정체성에 부합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노동이사제 자체가 우리 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노동이사제는 이미 거대 권력화된 노조에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악용될 경우 경영 의사결정 단계부터 노사 갈등이 발생하고 파급력도 너무 강할 것이다. 당장은 공공 부문이지만 민간으로의 확산도 시간 문제다. 노동계와 여당의 최종 목표가 민간 기업이란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경영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물론 노동이사제의 출발은 선의일 것이다. 노조의 이사회 참여로 노사 갈등을 미리 조율하고 경영진의 횡포를 막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가 선의의 정책에서 불공정으로 변했 듯 귀족화된 일부 노동 엘리트들이 노조의 권력을 쥐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노동이사제는 자칫 강성 노조에 기득권 도구가 될까 우려된다.

“솔직히 표가 그쪽에 더 많아”라는 윤 후보의 발언은 아찔하다. 표를 얻고자 내놓는 공약이라면 다음 정부도 노조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포퓰리즘적인 노동정책보다는 코로나19가 앞당긴 노동시장의 변화에 대응하는 노동 개혁이 절실한 시점이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보자. 2020년 9월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기업규제3법’이 자신의 정치철학에 부합한다며 찬성 의견을 냈다. “병든 닭 몇 마리 잡으려고 투망 던지는 꼴”이라며 경영계가 막판 호소에 나섰지만 결국 법은 국회를 통과했다. 두고 두고 기업을 옥죌 법을 만들고 이제는 노조에 새로운 무기까지 쥐어주는 나라에 기업들은 투자하고 싶을까.

정치의 목적은 권력의 획득에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지금 당장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정책이 특정 집단의 이익보다는 국민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먼저 판단해야 한다./hs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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