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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쌀 포퓰리즘'… 農心 노려 쌀 20만톤 매입

이재명 수차례 요구에 당정 화답

쌀값 평년보다 높은데 수천억 투입

상승세 이어지는 물가 자극 부담

정책효과 없이 관리비만 증가 우려

28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비봉면 수라청연합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관계자가 수매한 벼를 살펴보고 있다. 정부는 이날 초과 생산에 따른 쌀값 안정을 위해 내년 1월 쌀 20만 톤에 대한 시장격리(정부 매입) 조치를 한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쌀값 보전을 위해 올해 과잉 생산된 쌀 20만 톤을 매입(시장격리)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농민 표심을 노려 쌀 ‘시장격리’를 주장하자 당정이 화답한 결과다. 하지만 올해 쌀값이 이미 평년 대비 높은 상황에서 정부가 5,000억 원 이상을 들여 쌀을 사들이면 자칫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의 쌀 시장격리 조치는 2017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정 협의를 열고 올해 초과 생산된 쌀 27만 톤 중 20만 톤을 조속한 시일 내 시장격리하기로 합의했다. 시장격리란 정부가 남는 쌀을 매입해 쌀값 하락을 막는 조치다. 올해 쌀 생산량이 388만 2,000톤으로 예상 수요량을 26만 8,000톤 웃돌면서 산지 쌀값이 10월 5일 20㎏당 5만 6,803원에서 이달 25일 20㎏당 5만 1,254원으로 9.8% 하락한 바 있다. 이에 이 후보는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수차례 시장격리를 요구해왔다.

정부는 추후 시장 상황과 민간 재고 등을 고려해 잔여 물량 7만 톤의 격리 시점을 결정하기로 했다. 이는 농민의 소득 보전과 물가 상승 억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은 결과라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쌀 시장격리의 가격 인상 효과는 수확기 이전이 가장 크고 수확기에서 멀어질수록 떨어지기 때문이다. 초과 생산 물량 27만 톤을 한꺼번에 매입하지 않고 20만 톤만 우선 매입하기로 결정한 것 역시 가격 인상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하지만 정부가 하필 대선 직전에 4년 만에 쌀 시장격리를 결정해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록적인 장마·태풍으로 쌀 생산량이 급감했던 지난해를 제외하면 쌀 시장은 매년 약 30만 톤의 재고가 발생하는 구조적 공급과잉 상태기 때문이다. 1인당 쌀 소비량은 2011년 71.2㎏에서 지난해 57.7㎏으로 9년 새 약 19% 감소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수천억 원을 투입해 쌀값을 올려주는 모양새가 됐다. 25일 산지 쌀값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이번 쌀 시장격리에는 약 5,120억 원의 비용이 든다. 정부가 격리한 물량을 시중에 풀었을 때 거둬들이는 수익이 해당 금액에 미치지 못하면 나머지는 고스란히 혈세로 메워야 한다. 쌀 재고 1만 톤을 관리하는 데 5억 원이 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결정으로 100억 원의 재고 관리 비용이 추가로 들게 된다.

산지 쌀값이 지난해보다는 하락했지만 이례적인 장마·태풍의 영향을 받지 않은 2018년이나 2019년에 비해 높다는 점도 이번 결정을 포퓰리즘으로 해석할 수 있는 요인이다. 25일 기준 산지 쌀값은 20㎏당 5만 1,254원으로 2019년 같은 때(4만 7,578원)나 2018년 같은 때(4만 8,293원)보다 높다. 올 12월 쌀 20㎏ 평균 소매가격 역시 5만 5,150원으로 2018년 같은 달(5만 3,512원)이나 2019년 같은 달(5만 2,350원)보다 비싸다. 평년 쌀 소매가격인 4만 6,898원에 비해서는 9.2%나 높다.

농식품부는 시장격리 조치 외에도 쌀 과잉 생산이 반복되지 않도록 벼 재배 면적 조정 방안을 마련해 발표하기로 했다. 서세욱 국회예산정책처 사업평가심의관은 “정부는 쌀 소득 보전 직불제를 폐지하고 공익직불제를 도입하는 대신 농가의 소득 안정을 위한 장치로 시장격리를 확대하고 있다”며 “쌀을 매입하는 정책은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 효과도 없이 양곡 관리비만 증가시킬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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