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달러 상장지수펀드(ETF)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는 물론 미국 등 글로벌 증시가 큰 폭의 조정을 보이는 상황에서 달러가 안전자산으로서의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 역시 달러 강세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지만 지금 가격이 고점에 가깝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투자에는 신중할 것을 권하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와 한국펀드평가 등에 따르면 국내 상장된 달러 ETF가 이날 일제히 신고가를 새로 썼다. 미국달러선물지수를 추종하는 ‘KOSEF 미국달러선물(138230)’은 장중 1만 3230원(1.03%)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경신했고, ‘KODEX 미국달러선물(261240)’도 1만 1170원(1.01%)까지 오르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KOSEF미국달러선물의 1주일 수익률은 1.28%, 1개월 수익률은 2.72%에 이른다. 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상품들의 상승률은 더욱 가팔랐다. ‘TIGER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는 장중 2.09%, ‘KODEX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는 2.12%씩 올랐다. 두 상품의 일주일 수익률과 1개월 수익률은 각각 2.5%, 5.3%에 이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행보와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 속에서 원·달러 환율이 2년 만에 1260원을 돌파하는 등 강 달러 기조가 이어진 것이 ETF 강세의 원인이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7원 오른 1261.5원에 출발해 1260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유로·엔·파운드 등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의 상대적 강세 정도를 의미하는 달러인덱스 역시 이날 102선까지 올랐다. 이달 초 98.6선이던 달러인덱스는 지난 14일 100포인트를 돌파했고 이후로도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긴축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중국이 코로나로 인한 봉쇄 정책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안전자산 및 유동성 선호 심리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 이런 안전자산 선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어 강 달러 현상도 5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까지는 이어지리라 전망하고 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달러와 함께 안전자산으로 선호되던 일본 엔화와 스위스 프랑화의 입지가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앞으로도 리스크오프(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수혜가 달러화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며 “또 미국 소비자물가지수의 상승이 이어지면서 가계 소비 심리가 나빠질 것으로 보이는 데다 미국의 ‘바이 아메리카’의 강화로 무역적자 축소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잠재적 강 달러 재료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권 연구원은 달러인덱스 상단을 104포인트로 제시하며 달러지수가 5월 FOMC 재료 소멸 이후에는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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